내수 부진에 탄핵 정국까지 겹쳐 올해도 ‘암울’
유통 3사 총수들 신년사도 "체질개선+변화적응"
유통업계 올해 사업계획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비전 있는 곳에 집중해야, 내년 경쟁 더 치열”
올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경영 키워드는 체질 개선(Renovation)·구조조정(Restructuring)·비용 절감(Reduction) 등 ‘3R’로 정리된다. 구조 혁신과 내실을 동시에 꾀하는 전략이 중점 추진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 각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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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3사 총수들 “체질개선·본업경쟁력 살려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체질 개선을 통한 재도약 토대 구축과 함께 그룹 핵심사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화학과 유통 부문 모두에서 부진했던 만큼 올해는 체질 개선을 통해 쇄신을 최우선 전략으로 내세운 모습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2025년은 우리의 본업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때”라며 “고물가와 불경기 등으로 시장 상황이 나쁘지만 이럴 때도 기업은 도전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지난해 부진했던 오프라인 유통사업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현대 서울’로 차별화를 꾀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적용해 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유통 3사 수장들은 올해 전략으로 선택과 집중, 경영 효율화, 체질 개선 등 무분별한 확장보다 될성부른 사업을 중점적으로 키우고 효율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유통업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어 새로운 테스트를 진행했던 시기였다”면서 “하지만 내수가 여전히 위축돼 있고 대내외 환경까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사업계획도 대부분 보수적으로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실시한 ‘2025년 소비 지출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가계 소비지출은 전년대비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응답자 53%는 ‘2025년 소비지출을 더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비 지출 축소 이유로는 ‘고물가 지속’(44.0%)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불거진 탄핵 정국도 유통업계 입장에선 악재다. 실제 지난해 연말 특수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등 여파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까진 탄핵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유통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한 소비자가 대형마트의 명절 선물세트 코너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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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생존이 우선…‘선택과 집중’ 꾀할 듯
이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올해 역시 체질개선·구조조정·비용절감 등을 골자로 한 ‘3R’ 생존 키워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 대신 쇼핑몰, 경험 위주 대형마트 등 기존 업태에 변화를 주는 식으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표적인 게 롯데백화점의 쇼핑몰 전환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027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기존 백화점을 쇼핑몰로 전환하거나 신규 출점하는 식으로 변화를 추진 중이다.
현대백화점도 ‘더현대 서울’의 성공을 기반으로 기존 점포들의 명칭을 ‘더현대’, ‘커넥트 현대’ 등으로 바꾸면서 단순 백화점이 아닌 종합쇼핑몰로의 진화를 가속화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집객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집약한 형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선택과 집중을 하려면 기존 사업에서도 효율화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지난해 잇따른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올해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마트, 면세점 등 지난해부터 소비 부진 직격탄을 맞은 채널들에서 더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도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일부 계열사나 사업을 매각하는 등의 구조적인 체질 개선도 병행 중이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도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시장 자체가 바뀌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비전 없는 분야는 과감히 없애고 경쟁력 있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며 “우선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대응을 위한 실탄을 확보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구조조정과 맞닿은 부분이기도 한 비용 절감도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과거 유통 호황기 때처럼 무조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사업 효율성과 성과에 따라 비용 절감 움직임이 더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만 해도 정용진 회장 취임 이후 성과를 중심으로 한 경영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상황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올해도 유통업계에 상당히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며 “기존 업태 속에서 시장을 지키면서 성장을 꾀해야 하는 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기업들은 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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