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국내 주택시장 침체에 해외 원전·친환경에너지 등 다각화
2025 신년기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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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운 한해를 보낸 건설업계가 해외에서 답을 찾고 있다. 전통적인 수주 텃밭 중동·북아프리카(MENA)를 비롯해 유럽과 동남아시아, 호주 등에서 새로운 먹거리 수주에 나서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 속에 공사비가 급등하고 주택정책 변화 가능성 등으로 건설경기 급랭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2025년엔 해외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노력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침체된 국내 시장…해외 건설은 '선방'
5일 국토교통부 등 업계에 따르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지난해 말 1조달러(한화 약 1468조원)를 넘어섰다. 지난 1965년 11월 현대건설이 태국에서 첫 수주를 한 후 59년 만에 이룬 성과다.
지난해 건설업계는 2023년 대비 해외 수주액이 늘었다. 지난해 11월까지 쌓인 올해 수주액은 326억6352만달러(한화 약 47조7914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277억3739만달러보다 17.9% 늘었다. 연초 정부가 목표로 세운 400억달러에는 미치지 못 하지만, 12월 수주액이 집계될 경우 지난해 총 수주액 333억달러는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리야드 메트로 열차 운행 전경.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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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수주액 증가는 작년 연초부터 해외 진출을 강조한 각 건설사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 1월 윤영준 당시 현대건설 사장은 "건설시장의 글로벌 흐름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해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바 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또한 지난해 1월 신년사에서 "단순 시공만으로는 이윤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해외시장에서도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며 “해외에 답이 있고 해외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해외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는 국내 주택과 토목 등 시장 침체가 구조적이어서다. 특히 건설사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주택시장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고금리 장기화, 인건비·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부진을 거듭했다.
국내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것과 달리 해외 매출은 매년 커지고 있다. 중동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플랜트, 토목 등의 개발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해외 매출은 약 7조195만원으로 전년 동기 6조9778만원보다 성장했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8조3357만원→10조9522만원), GS건설(1조6426만원→1조8271만원) 등도 전년보다 해외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중동이 이끌었다. 작년 11월까지 중동 수주액은 166억9000만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51%를 차지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83억8500만달러) 대비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스라엘·이란 갈등을 비롯해 중동 정세 불안 속 고유가를 장기간 유지하면서 중동 국가 재정 수지가 개선됐고 국가 인프라 개선을 위한 대규모 사업이 차례로 입찰을 진행된 덕이다.
지난해 4월 2일 허윤홍 GS건설 대표(사진 왼쪽)와 야흐야 아부샬 부사장(오른쪽) 외 관계자가 사우디아라비아 알코바(Al Khobar)에서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S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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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로 사우디에서만 104억3049만달러 수주액을 기록해 전체의 31.9%가 몰렸다. 카타르에서도 올해 47억5200만달러를 수주하며 전체 수주액의 14.5%를 차지했다.
작년 4월 삼성E&A와 GS건설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발주한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의 '1·4번 패키지'와 '2번 패키지' 공사를 수주했다. 두 사업 수주액만 각각 60억달러와 12억2000만달러로 총 72억2000만달러(약 10조5639억원) 규모다.
카타르에서도 삼성E&A가 카타르 라스라판 석유화학 프로젝트(약 3161억8774만원)를 수주했고 삼성물산이 EPC(설계·조달·시공) 금액만 28억4000만달러(약 4조1553억달러)에 달하는 '카타르 퍼실리티(Facility) E 담수복합발전'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그 외 지역에서도 국내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대우건설은 정원주 회장의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으로 지난해 10월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비료 플랜트 프로젝트 낙찰자로 선정됐다. 또한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신도시 등 해외 도시개발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GS건설 또한 약 2조8000억원 규모 호주 멜버른 NEL(North East Link) 도로공사에 이어 작년 11월에는 약 5205억원규모 멜버른 도심 근교 순환 철도(SRL) 동쪽 지하철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호주는 허윤홍 GS건설 대표가 지난해 10월 호주 멜버른 NEL 도로공사 현장을 찾으며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역점을 두고 있다.
원전·친환경이 새 먹거리…영역 넓히는 K-건설
최근 국내 정치가 흔들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에 우려가 커진 국내 건설시장과 달리 건설사의 해외 사업에는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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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분 건설사는 환율 변동에 대비해 계약 시점에서 환헷지를 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환헷지를 하지 않았어도 환율이 오르면 건설사 수익이 오르는 만큼 나쁘지 않은 상황"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새 먹거리로 원자력발전소와 친환경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체코와 루마니아, 불가리아 원전 입찰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고 태양광과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영역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건설사들의 가장 큰 성과는 연이은 유럽 원전 사업 수주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9일 루마니아에서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 개선 사업'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한수원 몫은 약 1조2000억원으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도 사업에 참여한다.
그 외에도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설계 계약(ESC)을 체결했고 앞서 7월에는 한수원 등 팀코리아가 약 24조원 규모 체코 두코바니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건설하며 처음 해외 원전 건설 사업에 참여한 국내 건설사는 풍부한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원전 신규 건설·리모델링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더해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SMR은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원자력을 사용하고 대형 원전보다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가 커지면서 그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SMR시장 규모가 2035년에는 63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SMR 시장 성장 전망에 삼성물산과 DL이앤씨는 각각 뉴스케일파워와 엑스에너지 등 SMR 개발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10월 영국 원자력청이 주관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경쟁 입찰 프로그램 최종 후보에 오르며 성과를 내고 있다.
수소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오만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수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작년 10월 남호주 주정부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등 사업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L이앤씨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을 미래 먹거리로 삼았다. CCUS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거나 다른 형태로 전환하는 기술로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1월 캐나다의 비료 업체 제네시스 퍼틸라이저스와 비료 공장 프로젝트에서 설계와 기술 라이선싱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DL이앤씨의 CCUS 기술 전문 자회사 카본코(CARBONCO)는 CCUS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는 중동·아시아 등 해외 주력시장에서의 발전·인프라 분야에서 연계 수주를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괌·호주 지역에서 태양광,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들의 수주 성과 가시화를 추진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수주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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