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과도정부 아사드 하산 알시바니 외교장관(왼쪽)이 외교 사절단을 이끌고 1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아드 공항에 도착한 후 왈리드 알쿠라이지 외교차관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사우디 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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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1일(현지 시간) 53년간 세습 독재를 이어온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축출한 시리아 과도 정부 외교 사절단을 자국으로 초청해 맞이했다. 이는 국제사회 인정을 갈망하는 시리아 과도정부 외교 당국의 첫 번째 해외 방문이다. 사우디가 역내 패권을 놓고 갈등 중인 ‘앙숙’ 이란의 시리아내 영향력을 차단하는 움직임에 착수함과 동시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아랍 맹주’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자지라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시리아 과도정부 고위급 대표단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했다. 시리아 과도정부 대표단은 아사드 하산 알시바니 외교장관, 무르하프 아부 카스라 국방장관, 아나스 카타브 정보부 수장이 참여했다. 사우디 측에선 왈리드 알쿠라이지 사우디 외교차관이 공항까지 직접 나와 과도정부 대표단을 맞았다.
시리아 국영 SANA 통신도 외교부 소식통을 인용 대표단이 “첫 공식 외국 방문은 사우디 정부 초청을 받아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알시바니 장관은 자신의 X를 통해 “이번 방문은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 초청을 받아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에 도착한 직후에도 같은 채널을 통해 “자유 시리아의 역사상 첫 번째 외국 방문을 통해 양국 간의 오랜 역사에 걸맞는 새 관계를 맺고, 밝은 페이지를 열어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시리아는 2011년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당시 아사드 정권이 강경 진압하면서 국제사회 제재를 받기 시작했다. 특히 아사드 정권은 화학무기 등을 사용해 반정부 세력을 진압했고, ‘아랍판 유엔’으로 불리는 아랍연맹(Arab League·AL)에서는 시리아를 퇴출시켰다. 2023년부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아사드 전 대통령이 참석하며 다시 국제 사회 복귀 시동을 걸었으나, 지난해 12월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축이 된 반군이 아사드 정권을 축출했다.
HTS는 과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됐다는 의혹을 받아, 미국에 의해 테러단체로 지정돼 있다. 시리아 과도정부는 아랍권 지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 제재를 풀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가 시리아 과도정부의 국제사회 진입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그간 아사드 정권이 이란과 러시아 지원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우디가 과도정부를 통해 시리아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오랜 앙숙 이란과 시리아의 밀착 고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전략이라는 것. 그간 이란은 이스라엘, 레바논, 튀르키예,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지중해도 접하고 있는 시리아를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으로 레바논내 친이란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시리아의 친이란 무장단체들 역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영향력이 크게 약화됐다.
한편 시리아 과도정부는 아랍권의 지지가 필요하고 아사드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의식적으로 이란과 거리두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시리아가 손을 내밀고, 사우디가 화답하는 외교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 2기를 앞두고 양측 외교 관계가 급물살을 탄 점도 의미심장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이란 제재 고삐를 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우디가 시리아와의 밀착을 통해 아랍 맹주로서 역내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훗날 사우디가 유럽 내 시리아 난민 귀환 문제를 풀어갈 중재자로 역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사우디는 이란과 대립각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사우디 내무부는 최근 이란 국적 마약사범 6명을 처형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날짜를 밝히지 않았으나 농축 대마를 사우디에 밀반입한 혐의를 받는 이란 마약사범 사형을 집행했다.
이란 매체 테헤란타임스는 이날 이란 외교부가 사우디 대사를 초치하고 “외국인에 대한 사형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사형 소식에 대해 이란 외교부 측은 사우디 측에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고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양국은 2016년 사우디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하면서 단교했다가, 2023년 중국 중재로 다시 국교를 재개한 상황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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