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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드라마 찍는다고 세계문화유산에 못질…KBS 결국 "송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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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촬영 과정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안동 병산서원 기둥에 못질을 하는 등 문화재를 훼손해 비판을 받고 있다. KBS는 이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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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드라마 촬영을 위해 문화재를 훼손해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KBS 측이 못질한 병산서원 전경.사진 병산서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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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2일 보도자료를 내 "지난 연말 안동 병산서원 촬영 당시 현장 스태프가 소품 설치를 위해 문화재에 못질을 하는 과정에서 관람객 항의를 받았다"면서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KBS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촬영팀이 훼손한 안동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로 등록된 한국의 9대 서원 중 하나다.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고려 중기부터 사림들의 교육기관으로 쓰였으며 1572년(선조5년)에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 선생이 안동 풍산현에 있던 서원을 현재 병산 지역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화재 훼손을 목격한 민서홍 건축가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달 30일 병산서원에 들렀을 때, 스태프들이 드라마 소품용으로 만대루 기둥 상단에 못을 박고 있었다”며 현장 사진을 올렸다. 이어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고 항의하자,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다. 궁금하시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며 국가유산청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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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민서홍씨가 KBS2 드라마 제작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안동시 병산서원에 못질을 했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현장 사진. 사진 건축가 민서홍씨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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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건축가는 또 “한옥 살림집에서도 못 하나 박으려면 상당히 주저하게 되는데 문화재의 경우라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공영방송 KBS의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드라마팀 태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동시는 촬영을 허가한 것은 맞지만, 못을 박는 등의 행위 등은 금지했다는 입장이다. 안동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촬영 허가 조건으로 문화유산에 훼손 행위를 금한다고 분명히 명시했다”며 “신고를 받은 후 현장 점검을 마쳤고 못 등은 철거된 상태다. 이후 전문가들의 협의를 거쳐 추가 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KBS는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에 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에 있다”며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웹소설이 원작인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평범한 여대생의 영혼이 로맨스 소설 속 단역의 몸에 깃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배우 서현, 옥택연 등이 출연하며 올해 방송 예정이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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