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관 유안타인베스트먼트 VC부문 대표가 최근 서울 여의도 유안타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수익만 보는 투자가 아닌 생태계를 만들어 신약을 만들 수 있는 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다. 제약사와 함께 바이오기업을 육성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수익과 신약 함께 잡는 펀드로 운용
기술이전 등 성과 올려야 투자 받아
국내 신약개발과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조성된 K-바이오·백신 펀드가 지난해 본격 가동됐다. 출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1호 펀드를 결성하며 출발을 알렸다.
업계는 투자 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 펀드가 신약개발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1호 펀드를 결성하기까지 정영관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벤처캐피탈(VC) 부문 대표의 역할이 컸다. 그는 2015년부터 제약·바이오 섹터의 가능성을 엿보며 펀드 조성에 관심을 가졌고 K-바이오·백신 펀드 모집공고가 나온 후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최근 서울 여의도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는 “수익만 보는 투자가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 신약을 내놓을 수 있는 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라며 “제약사와 함께 바이오기업을 육성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올해 바이오 투자 시장 전망에 대해 “높아진 상장 문턱을 넘기 위해 기술이전, 대형 제약사와 공동개발 등 성과가 있어야 한다. 또 투자 시장의 자금 순환을 위해선 바이오기업 특성을 고려해 상장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1500억 원 규모’ 1호 K-바이오·백신 펀드 =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바이오에 힘주는 몇 안 되는 VC다. 정 대표 포함 3명(1명은 1분기 채용 예정)의 심사역이 있다. 이들이 1500억 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지난해 10개 기업에 500억 원 이상 투자했다.
이 펀드의 특징은 제약사와의 동행이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제약사와 미팅을 통해 유동성공급자(LP)로 함께 펀드를 구성하고, 인수합병(M&A), 기술이전 등을 기반으로 바이오기업을 육성해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일찌감치 바이오산업 가능성을 보고 바이오 펀드 결성을 위해 인원을 충원하고 투자 금액도 늘렸다. 이 과정에서 2022년 정부가 K-바이오·백신 펀드를 결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펀드 조성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500억 원 규모의 펀드 운용을 시작해 앞으로 4년간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정 대표는 “제약·바이오가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 분야라고 생각해 2015년부터 관심을 가졌고, 바이오 펀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설득해 인원을 충원하고 투자 금액도 늘렸다”며 “정부가 K-바이오·백신 펀드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우리가 준비한 것을 토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결성·투자까지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제약사가 LP로 참여해 힘을 보탰단 점이다. 최근 제약사들은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하고 바이오기업에 투자할 정도로 관심이 크다. 바이오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이 신약개발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정 대표는 “제약사와 함께 바이오기업을 키워간다는 생각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제약사와 협력하면 우리가 후속 투자를 할 수 있고, 후속 투자한 기업을 제약사가 인수하거나 기술이전할 수 있다”며 “운용은 우리가 하지만 제약사와 함께할 수 있는 걸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펀드 전략은 단순한 수익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만들면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달라진 투심, 투자받으려면 성과 필수 = 최근에는 투자를 받거나 상장하려면 굵직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 이로 인해 기업 간 투자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성과를 내는 기업에는 투자가 몰리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투자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정 대표는 “기술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알만한 기업과 연구개발(R&D) 협력을 하거나 임상 데이터 등 참고할 만한 요소가 있는 회사가 투자를 받는다. 이런 회사는 오히려 기관들이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등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K-바이오·백신 펀드로 15~20개 기업에 투자 예정이다. 기업당 50억~100억 원을 투자해야 해 시리즈 B, C 단계에 있는 기업 중 임상에 진입하고 기술이전이나 R&D 협력 성과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 대표는 “시리즈 B, C 단계 기업 대부분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IPO를 위해선 투자가 아닌 회사 파이프라인에 기반해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등으로 자금이 들어와야 상장을 시켜주기 때문에 그것을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운영 방식을 조금 바꿔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 중 좋은 곳에 투자하는 방안도 일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시장 흐림…“상장 문턱 낮추고, M&A 추진해야” = 지난해 바이오 등 투자 시장은 국내외의 불안정한 정세와 시장 신뢰도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IPO 문턱을 넘은 신약개발 기업은 2곳에 그쳤고, 기업은 펀딩을 받기 쉽지 않았다. 올해도 투자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정 대표는 “바이오산업은 창업하기 어렵고 비용과 시간이 다른 산업보다 더 소요되는 특성이 있어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장시켜야 한다. 상장을 못 하면 그동안 투자한 돈이 회수가 안 되고, 자금이 시장에 돌지 않아 투자가 더 어려워진다. 상장 문턱을 다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오기업 간 또는 제약사와 M&A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 정 대표는 ”나쁜 기업도 있지만 좋은 기업이 더 많다. 돈이 없어 임상을 못 하는 회사도 많다. 그런 회사를 통합해 파이프라인 우선순위를 정하고,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구성된 회사를 국내 제약사가 인수해 전략적 투자를 해 끌고 가는 것도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하며 상황이 나아지기 위한 조건으로 거시경제 회복과 금리 인하를 꼽았다.
정 대표는 “기업들은 그때까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와 시장 경기가 회복돼야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투자할 수 있다”면서 “이때까지 바이오텍은 비용을 줄이거나 상장을 위한 기술이전, 대형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등 성과를 내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또 기존 투자자를 설득해 신규 투자를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투데이/이상민 기자 (imfactor@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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