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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빈 필 신년 음악회 최초로 ‘여성의 곡’이 울려 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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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콘스탄체 가이거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는 세계 90여 국가의 안방과 극장에서 120만 명이 시청하는 클래식 최고의 인기 음악회다.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흥겨운 폴카와 왈츠 같은 무곡들과 활기찬 행진곡으로 새해 정초의 지구촌을 깨운다. 한국에서도 매년 복합 상영관을 통해서 생중계된다.

하지만 지난 1일(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신년 음악회 후반부에는 평소 들을 수 없었던 낯선 작곡가의 작품이 포함됐다. 19세기 오스트리아 여성 작곡가 콘스탄체 가이거(1835~1890)의 ‘페르디난트 왈츠’였다. 빈 필의 신년 음악회 86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한 것이었다.

가이거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피아니스트로 데뷔한 ‘음악 영재’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여덟 살 때 작곡을 시작했고, 이 왈츠 역시 12세에 썼다.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도 그녀의 곡을 지휘할 만큼 주목받았지만, 귀족인 레오폴트 요제프 공과 1862년 결혼한 뒤 남작 부인 칭호를 얻고서 사실상 음악계에서 은퇴했다. 지난해 가이거의 삶과 음악을 조명한 독일어 전기가 뒤늦게 출간되면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결국 빈 필 신년 음악회에서도 연주한 것이다.

조선일보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한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 /빈 필하모닉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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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휘봉을 잡은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리카르도 무티(83)는 최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 왈츠는 ‘비바체 콘 푸오코(격정적으로 빠르게)’로 출발하지만,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재치도 지니고 있다. 앞으로 19세기 여성 작곡가들을 계속 탐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티는 1971년 이후 반 세기 동안 빈 필과 무려 550여 차례나 호흡을 맞췄다. 빈 필 신년 음악회의 지휘를 맡은 것도 이번이 일곱 번째다. 이날 신년 음악회 말미에 무티는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로 세 가지를 기원했다. 바로 ‘평화’ ‘형제애’ ‘사랑’이었다.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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