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서 쓰쿠바대까지 70㎞, 지하철·기차·버스로 왕복 4시간… 매일 장거리 통학 불가피해 고민
일본 황위 계승 2순위인 히사히토 친왕이 만 18세 성년이 됐다./일본 궁내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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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대학에 입학하는 일본 히사히토(悠仁) 친왕(親王·황족에게 붙이는 칭호)은 하루 4시간의 통학을 감수할까. 아니면 헬리콥터 통학 같은 특단의 조치를 취할까. ‘고3 황족’의 통학 수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만 18세인 히사히토 친왕은 나루히토 천황의 남동생 후미히토(文仁) 황세제의 아들로, 아버지에 이어 황위 계승 순위 2위다. 나루히토 천황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가 있지만 황위 계승권은 남성에게만 있다.
히사히토 친왕은 당초 도쿄대에 추천 입학할 것으로 알려졌다가 여론의 반발에 포기하고 지난달 국립 쓰쿠바대 생명환경학부에 고교 학교장 추천으로 합격했다.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있는 쓰쿠바대는 이공계 명문으로 유명하다. 일본 황족은 주로 도쿄의 가쿠슈인대학에 다니는 게 관례였지만 히사히토 친왕은 다른 선택을 했다.
문제는 쓰쿠바대가 히사히토 친왕의 거주지인 ‘아카사카 고요치’(황실 전용 부지)에서 최단 거리로도 70㎞나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오전 8시 40분에 첫 수업이 시작하는 쓰쿠바대 강의 일정을 따라가려면 교통 체증까지 감안해 등교 1시간 30분~2시간, 하교 2시간 이상이 예상된다. 지하철·기차·버스를 차례로 갈아타고 갈 수도 있지만 여전히 왕복 4시간이 소요된다. 경호 문제도 골칫거리다.
헬리콥터를 타면 등하교에 각각 30분 정도가 예상된다. 하지만 황실 입장에선 특혜 시비가 일 수밖에 없는 헬리콥터는 선택하고 싶지 않은 대안이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선택지도 있지만 히사히토 친왕은 중학교 시절 겪은 ‘가위 사건’의 악몽이 있다. 50대 남성이 학교에 무단 침입해 친왕의 책상에 날카로운 가위 2자루를 올려 둔 사건이다.
일본 네티즌 사이에선 “매일 통학한다면서 교통 통제하면 더욱 민폐” “아무리 (황족이) 국민의 상징이라지만 여론을 무시한다면 현대에는 안 맞는 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다만 일부에선 “왕복 4시간 통학은 가혹하니 학교 근처에 경호 가능한 주택을 마련하면 될 것”이라는 등 ‘동정 여론’도 나온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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