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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예비機' 없는 LCC, 운항횟수도 많아…항공안전 전반 머리 맞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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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이휘영 교수

대형항공사, 미미한 문제 발생해도 '예비기'로 대체

LCC는 예비기 없어…기체당 운송도 대형사보다 많아

위탁 정비 합법이지만…직접 정비 늘려야 안전 담보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이휘영 교수(학과장)·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 1일 9시 35분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카오로 가는 대한항공 KE169편 항공기 출발이 4시간 8분 지연됐다. 승객을 태우고 ‘푸시백(차량을 이용해 비행기를 유도로와 활주로를 연결하는 길로 옮기는 것)’까지 진행했으나 공기 공급 계통에 점검 메시지가 표출돼 B737-8 기종으로 교체해 운항했다.

제주항공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새해 벽두부터 들려온 소식이라 승객들을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이는 항공사의 적절한 조치였다. 항공기 점검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을 때 바로 대체할 수 있는 ‘예비항공기’가 있었기 때문에 승객 안전을 담보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기종별로 예비기를 한 두대씩 두고 있는데 아쉽게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예비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LCC도 항공 안전에 가능한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대형항공사 대비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미미한 문제점 발생 시 정비를 통해 안전을 담보할 수도 있지만, 바로 기체를 교체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보유한 대형항공사와 상황이 많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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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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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당 운송인원, LCC, 대형사의 2배 이상


운항 환경도 LCC가 더욱 열악하다. LCC는 단거리 노선이 주력이기 때문에 장거리 노선을 주로 운영하는 대형항공사보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운다. 정비 스케줄이 더욱 빡빡할 수 있다. 실제 이번에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은 사고 전 48시간 동안 무안·제주·인천공항,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등을 오가며 모두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제주항공 항공기 가동률이 높은 것은 통계로 나온다”면서 “강도 높게 항공 안전 점검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CC의 보유 항공기 숫자는 대형항공사보다 현저히 적지만 태우는 승객수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보유 항공기는 각각 161대, 81대이다. 제주항공 42대, 진에어 27대, 티웨이항공 30대 등 순이다. 2023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운송실적은 각각 2017만명, 1401만명이었는데 제주항공은 1231만명이었다. 진에어도 983만명으로 1000만명에 육박했다.

이를 항공기 한 대당 운송인원으로 환산하면 LCC의 운송인원이 대형사의 두 배에 달한다. 2023년 6대로 226만명을 실어 나른 에어서울의 항공기당 운송인원이 37만6666대로 가장 많았으며,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모두 30만대가량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약 29만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2만대, 17만대로 적은 수치를 나타냈다.

LCC가 대형항공사보다 더 낡은 항공기를 운항한다는 점도 리스크로 보인다. 보통 LCC가 운항하는 항공기가 대형항공사의 항공기보다 노후한 편이다. 대형항공사의 경우 직접 구매한 항공기 비중이 80% 이상이며 리스(임대)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LCC의 경우 5대를 직접 보유한 제주항공을 제외하고는 거의 100% 리스 형태로 운용한다.

대형항공사가 주로 신차를 사서 운용한다면 LCC는 중고차를 사서 운용하는 셈이다. 리스 시장에 나온 항공기는 대부분 상당 기간 운항을 거치고 중고 시장에 나온 기종들이다. 물론 항공기가 낡았다고 해서 사고 위험이 무조건 높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 항공기 못지 않게 더욱 정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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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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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해외에 위탁하는 LCC…차이 불가피

결국 항공 안전을 위해 항공기 정비·점검의 ‘자생력’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항공기 정비·점검은 ‘A·B·C·D 체크’ 네 단계로 나뉜다. 크게 ‘A·B 체크’는 ‘경(輕)정비’로 육안으로 기름이 새지 않는지 항공기 외관상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한다. ‘C·D 체크’는 부품 교환을 포함해 엔진까지 뜯어 볼 수 있는 ‘중(重)정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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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이휘영 교수


대형항공사들은 경정비든 중정비든 자사 직원들이 한다. 해외 주요 공항에 주재원을 파견해 복귀편을 점검토록 하며, 취항 횟수가 적은 국가의 경우 한국에서 정비 인력이 탑승한다. LCC는 모회사 대한항공에 위탁하는 진에어 외에 해외 정비를 현지 위탁에 맡긴다. 항공안전법상 자사 정비인력이 의무로 해외 주재근무를 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위탁 인력들이 정비를 제대로 못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아무래도 항공사에서 직접 안전을 챙기는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엔진 등을 직접 뜯어 점검하는 ‘오버홀(Overhaul)’ 정비의 경우도 LCC는 위탁을 통해 하고 있다. 유지·보수·정비(MRO) 업체들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규정을 모두 준수하며 이를 위배했을 리는 없다. 그러나 차이점은 위급 시 ‘규정을 마지막 상황에서 지키느냐, 여유 있게 지키느냐’다.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 차이가 항공 안전 수준을 가르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메가캐리어(초대형항공사)’를 보유한 항공 선진국을 바라보게 됐다. 양사 합병에 따라 각사의 자회사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도 통합 절차를 밟을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영세 LCC가 아닌 중대형 항공사가 된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항공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정비 선진화, 여유항공기 도입, 과도한 운항 등 그간 외면했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제주항공 참사는 또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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