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향소 유족·시민 추모 이어져…누적 1만1천여명
빼곡한 희쟁자 애도 메시지 |
(무안=연합뉴스) 강수환 이성민 장지현 기자 = "여보, 여보 보고 싶어."
제주항공 참사 엿새째인 3일 무안국제공항은 여전히 곳곳에서 눈물과 통곡 소리가 이어졌다.
들어오기 전부터 오열하며 공항 1층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중년 여성은 남편의 영정사진을 보자마자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불쌍해서 어떻게 보내냐"고 흐느꼈다.
자식의 부축을 받으며 나가면서도 "여보 너무 보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며 남편 얼굴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이른 아침부터 합동분향소에는 고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는 가족들과 애도에 동참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어린 희생자의 영정사진 앞에는 콜라와 감자칩 같은 간식들이 놓였다.
자식을 잃은 한 중년 여성은 자식의 위패 앞에서 "엄마가 바빠서 잘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얼굴이라도 더 자주 볼 걸"이라고 자책했다.
이 여성은 쉽사리 자리에서 뜨지 못하고 "우리 아기 보고 싶어서 어떡해"라며 10여분간 발을 동동 굴렀다.
아들과 며느리를 한 번에 먼저 보내야 했던 한 노인은 나란히 놓인 아들 부부 사진 앞에서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이렇게 가면 어떡하냐"며 곡소리를 냈다.
제주항공 희생자 추모 손편지 |
아내와 아들, 딸 온 가족과 함께 분향을 마치고 나오던 추모객 A(50대)씨는 "피해자 중 내 또래도 있고 자녀 또래도 있다 보니까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직접 광주에서 추모하러 왔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전국비구니회 전북지회 소속 비구니 약 10명도 분향소 앞에서 불경을 외며 희생자의 명복을 빌었다.
분향소 인근 계단 난간에는 유족과 시민들이 희생자들에게 남긴 편지가 빼곡히 붙었다.
한 편지에는 "엄마,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근데 그러다가 우리 보고 싶어지면 꿈에 놀러와줘. 많이 보고 싶고 사랑해. 다음에도 우리 엄마 해줘. 내가 진짜 잘할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부모를 모두 잃은 딸은 엄마에게 "엄마 부디 거기서는 원하는 거 다 해! 내 생각 말고! 내가 호강시켜준다고 했는데, 엄마 고생만 시켜서 정말 미안해. 사랑해"라는 편지를 전했다.
"하늘에선 부디 고통 없이 편히 쉬세요", "좋은 곳으로 가세요" 등 추모객들이 쓴 다양한 메모들도 붙어 있었다.
추모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메모를 살펴보던 한 유족은 "29살 조카를 잃었는데 메모를 보니 마음이 아파 더 볼 수가 없다"며 "이런 참사가 다시 또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고 시민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
헌화 기다리는 어린이들 |
분향 후 메모를 살펴보던 송모(30대)씨는 "가족 잃은 유족에게 어떤 마음으로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부디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신과 유류품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유족들은 엿새째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유족들은 대합실에 앉아 수습 당국의 브리핑을 기다리며 수사 상황과 고인이 된 가족의 소식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척해진 얼굴의 유족들이 먼 산을 바라보거나 텐트에서는 이따금 곡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둘째 딸을 먼저 보내야 했던 김모(80)씨는 "6일간 집을 떠나 이곳에 있는 것쯤은 힘들지도 않다"며 "자식이 숨진 것에 비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울먹거렸다.
김씨는 "봉사도 많이 하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자식이 나보다 먼저 가버리니 내 잘못인 거 같아 부끄럽다"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무안공항 합동분향소에는 누적 약 1만1천여명의 분향객이 다녀갔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17개 시도(20곳)와 66개 시군구(68곳)는 총 88곳의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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