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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혐의 9개' 권도형, 최대 징역 130년 가능"…美법무부가 찝은 거짓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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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코인 핵심 '페깅' 깨지자 트레이딩업체와 짜고 시세 조종…'차이' '미러' 가상자산 기술 홍보도 거짓

머니투데이

암호화폐 테라, 루나 사기 사건 주범인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의 모습./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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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테라·루나' 사기 사건 주범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의 신병을 몬테네그로로부터 넘겨받은 미국 법무부가 권 전 대표에 대해 최대 징역 130년 선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연방대배심은 투자자들을 속일 목적으로 암호화폐 가치를 부풀리고 범죄수익을 세탁한 혐의로 기소했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메릭 갈렌드 법무장관은 "권 전 대표는 400억 달러(58조6600억원) 이상 투자손실을 초래한 혐의로 미국 법정에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권 전 대표는 수익금을 세탁하고, 미국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로 도피하면서 가짜 여권으로 흔적을 감추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전 대표에 대해 △증권사기죄 2건 △통신사기죄 2건 △상품사기죄 2건 및 △자금세탁 공모죄 1건 △사기 공모죄 2건 등 총 9개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최고형량 기준으로 증권사기죄(2건), 통신사기죄(2건), 자금세탁 공모죄는 건당 징역 20년 선고가 가능하다. 여기까지 징역 100년이다. 이어 상품사기죄는 건당 징역 10년, 사기 공모죄(2건)는 건당 징역 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법무부는 법정에서 검찰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질 경우 권 전 대표의 형량은 최대 징역 130년에 이른다고 했다.

아울러 법무부는 권 전 대표가 테라·투자자들에게 다섯 가지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 거짓말은 테라가 달러와 동등한 가치를 가진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주장이다. 권 전 대표가 홍보한 바에 따르면 테라는 '페깅'을 통해 달러와 동등한 가치를 유지한다. 테라 가치가 달러보다 낮아져 페깅이 깨지면 테라 투자자는 떨어진 달러 가치만큼 테라를 루나로 환전하고, 기존 테라는 폐기된다. 이렇게 하면 테라는 폐기된 만큼 유통량이 줄어들고 유통량이 줄어든 만큼 가치가 올라 다시 달러와 동등한 가치를 갖게 된다.

테라 가치가 달러보다 높아지면 루나를 테라로 전환시킨다. 권 전 대표는 이 같은 가치 안정성에 예치만 해도 연 20% 이자를 주겠다는 약정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2021년 5월 테라 가치가 1달러 이하로 떨어졌고, 페깅을 통해 가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에 권 전 대표는 트레이딩업체와 짜고 테라 가치 회복을 위해 시장에서 테라를 대량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1년 뒤 갑자기 시장에 막대한 양의 테라가 쏟아지면서 페깅으로 조정할 수 없을 정도로 테라 가치가 폭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권 전 대표는 사건 한 달 전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미국 법무부가 말한 그의 두 번째 거짓말은 실물 거래다. 권 전 대표는 테라는 현금처럼 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가상화폐와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결제 서비스 차이페이를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 현실 상거래가 테라로 진행된다는 주장이었는데, 이 말도 거짓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도 수사가 진행됐는데, 차이페이 결제는 암호화폐가 아닌 기존 거래 시스템을 통해 진행됐다. 권 전 대표 등은 거래 내역만 차이페이에 붙여넣은 뒤 마치 차이페이에서 상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거짓 홍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권 전 대표는 루나가 테라와 페깅을 위해 수십억 달러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테라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주장했지만 이 말도 거짓이었다. 권 전 대표는 루나를 운영하면서 자산 수억 달러를 횡령, 자금 세탁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전 대표가 홍보한 '미러 프로토콜'도 허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권 전 대표 주장에 따르면 미러는 미국 증시를 추종하는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으로, 블록체인처럼 탈중앙화 방식으로 거래된다. 권 전 대표는 미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자신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뒤에서는 컴퓨터 매매를 통해 미러에서 유통되는 자산 가격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끝으로 권 전 대표는 테라와 함께 발행한 제네시스 코인 10억 개를 테라폼랩스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차이페이 거래내역 조작과 미러 시세조종을 위해 최소 1억4500만 달러어치 제네시스 코인을 몰래 써버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 법무부는 "권 전 대표가 테라폼랩스 기술에 대해 거짓 홍보한 덕에 2022년 테라·루나 시장규모는 500억 달러(73조4000억원)를 초과했다"며 "2022년 테라 폭락으로 투자자들은 400억 달러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연방수사국(FBI) 뉴욕지부 제임스 데니 부국장은 "권 전 대표는 4년 동안 투자자들을 꼬드기기 위해 인형연극을 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권 전 대표는 처음으로 미국 법정에 나와 무죄를 주장했다. 녹색 긴팔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나온 권 전 대표는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이해하느냐는 로버트 레어버거 판사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를 맡은 앤드류 체슬리 변호사가 무죄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권 전 대표는 당장 보석을 청구할 계획이 없다고 했고, 레어버거 판사는 구금을 명령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다음 재판은 8일로 예상된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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