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못 해 더 큰 정치적 위기 올 것"
경호처 대처 적법 여부에도 관심 보여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다 경호처와의 대치 끝에 결국 실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을 태운 차량들이 윤 대통령 관저에서 떠나고 있다. 차량 행렬 옆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심현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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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자 주요 외신들도 이 소식을 긴급 타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3일 새벽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윤 대통령의 서울 한남동 관저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관저 진입, 대통령 경호처와의 대치, 5시간 만의 철수 등 모든 과정이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실시간 보도됐다.
윤 대통령 체포가 결국 불발된 데 대해 외신들은 "정치적 위기를 초래한 불명예 대통령이 체포를 모면했다"거나, "대통령을 체포하지 못해 한국의 정치적 위기가 심화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적법한 사법 절차를 따르지 않은 행태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공수처 앞을 막아선 경호처 행위의 적법성을 따져보는 해외 언론도 있었다.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영장 집행"
영국 BBC방송은 3일 오후 "한국의 공수처가 대통령 경호처와의 드라마틱한 대치 끝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했다"고 전했다. "불명예스러운 대통령이 오늘 간신히 체포를 피했다"는 게 BBC의 평가였다.
다수 외신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해 출발하는 순간부터 실시간 보도를 이어갔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전 6시 21분 "공수처 직원들이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해 관저로 이동 중"이라며 외신 중 처음으로 이 소식을 전파했다. 일본 NHK방송도 공수처가 관저로 출발한 오전 6시부터 30분 단위로 타임라인을 정리해 영장 집행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집행 중단 이후에도 관저 앞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외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 모습, 여야 정치인들의 발언도 상세히 소개했다.
이대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 등 공수처 수사관들이 3일 대통령 관저 검문소에 진입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력이 저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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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의 보도 초점은 △한국 현직 대통령에 대한 사상 첫 체포영장 집행 시도 △한국을 위기로 몰아넣은 윤 대통령 비판 등에 모아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실제 체포되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금되는 것은 (한국) 헌정사 중 처음"이라고 짚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때문에 한국에서 심각한 정치적 위기가 초래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윤 대통령을 체포하지 못한 것이 한국에는 더 큰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검사 출신인데 수사 협조 안 하는 대통령"
공수처 수사관들의 '관저 수색'을 막는 경호처의 대응이 적법한지도 외신의 관심사였다. BBC는 "현직 대통령 체포는 한국에서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라며 "경찰은 영장이 만료되는 6일까지 체포 시도를 할 수 있지만, 경호팀과 협상하지 않는 한 (3일과)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방송은 "현재 누가 경호팀을 통제하고 있는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체포 협조'를 명령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음에도 그는 여전히 현직 대통령이고, 엘리트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외신은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임에도 수사 절차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CNN방송은 "전직 검사인 윤 대통령이 세 차례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며 체포영장 집행 배경을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비슷한 취지로 '검사 출신'과 '소환 거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 지지 세력이 체포영장 집행의 주요 변수라는 분석도 나왔다. BBC는 "관저 앞에는 윤 대통령 체포를 막겠다고 자발적으로 모인 지지자들이 있는데, 주말에는 인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윤 대통령 관저 앞의 지지자들은 스스로를 '애국시민'이라고 칭하고, 윤 대통령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북한에 굴종하는 세력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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