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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KBS의 병산서원 못질… "큰 훼손은 아니어도 완전 복원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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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촬영팀, 5군데 깊이 10㎜ 못 박아
"목조 건축물 특성 상 완전 복원 어려워"
해마다 반복되는 제작사 '민폐' 논란에
문화유산·자연 등 보존 의미 되새겨야
한국일보

드라마 소품 설치로 훼손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병산서원. 민서홍 건축가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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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에 작은 구멍 몇 개 난 정도라 경미한 훼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완전 복원은 어렵습니다."

KBS 드라마 촬영팀이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의 문화재인 병산서원 내 만대로라는 누각의 기둥에 허락없이 지름 2∼3㎜, 깊이 10㎜ 가량인 못을 5개 박은 '훼손'에 전문가인 정연상 안동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서원에 등을 매달려 못을 박아 훼손한 KBS드라마 제작진은 경찰에 고발됐다.

정 교수는 "못을 박은 흔적에 이쑤시개 정도 크기의 재료로 끼워 넣어 복원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메꾼 부분이 두드러지거나 다시 빠져 나올 수 있다"며 "굳이 등을 매달아야 했다면 끈으로 묶거나 밴딩을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통상 나무 기둥에 구멍이 났을 때 비슷한 종류와 크기의 목재를 끼워 넣은 뒤 채색과 약품 처리 등으로 마무리한다. 그런데 나무는 계절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데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되는 특성이 있어 완전한 복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병산서원의 경우 훼손 부위가 크지 않고, 구조나 미관상 큰 문제는 없어, 복원하려다 되려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 교수는 "그냥 둬도 크게 티가 나지는 않겠지만, 문화재인 병산서원이 조금이라도 훼손된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도 "틈 사이로 재료를 집어 넣는 과정에서 더 훼손될 수도 있는 만큼 지금 상황에서는 그냥 놔두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관리당국도 제작진이 훼손한 현장을 조사 중이다.

후손들의 자랑인데... "훼손 안타까워"

한국일보

안동 병산서원은 전국의 서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입교당 마루에 앉으면 만대루 너머로 낙동강과 병산 풍경이 고스란히 들어온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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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촬영을 이유로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문화유산 등을 훼손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 있는 병산서원은 조선 중기의 유명 학자 서애 류성룡(1593~1598)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져, 영남의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1868년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살아 남았다. 병산서원은 1978년 사적으로, 서원 내 만대루는 2020년 보물로 지정돼 가치를 인정 받았다. 2010년 인근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고, 2019년엔 '한국의 서원' 7곳에도 포함됐다. 그만큼 병산서원은 이곳 유림들에게는 의미가 깊은 곳이다.

오랜 기간 애지중지 지켜온 후손들은 안타까운 속내를 보였다. 병산서원을 관리하는 유사(有司) 류시역(66)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촬영 요청이 오면 어느 곳이든 불편 없도록 최대한 협조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아무리 크기가 크지 않다고 하지만 제작진에서 별다른 인식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훼손 논란... 방송 촬영이 벼슬?

한국일보

2023년 방영된 tvN 무인도의 디바 속 한장면. 제작진은 당시 소품으로 가져온 해당 돌무더기를 제주 황우치 해변 한 쪽에 모아둔 뒤 방치해 논란이 일었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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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편의를 이유로 당국과 별다른 협의 없이 문화유산을 훼손해 논란이 됐던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23년 tvN '무인도의 디바' 제작진은 제주 서귀포 안덕면 황우치 해변에서 소품용 돌멩이를 가져와 촬영한 후 해변 한쪽에 쌓아 놓고 방치해 자연훼손 논란을 빚었다. 서귀포시는 방치된 돌무더기를 확인한 후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고, 제작진은 이틀에 걸쳐 뒤늦게 돌무더기를 정리했다. 관련 소품을 해변에 놔둘 경우 점용허가 등 사전 행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일보

2020년 강원 속초시 영랑호 범바위 일대 영화 촬영장의 모습.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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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는 한 영화사가 강원 속초 영랑호 범바위에서 영화 촬영을 이유로 바위 곳곳에 앵커(설치물 고정을 위해 박는 쇠 볼트)를 박아 훼손 논란이 일었다. 영화사 측이 촬영 후 앵커를 뽑거나 잘라낸 뒤 돌가루로 발라 복구했지만, 곳곳에 흔적이 남아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범바위는 속초 8경 중 하나인 영랑호를 조망할 수 있어 시민들에게 사랑 받던 곳이었다. 속초고성양양환경연합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한번 훼손된 자연물은 원상 복구가 불가능한데 돌가루로 메워 놓고 원상 복구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며 "잘못된 행정 탓에 소중한 명소가 훼손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속초시 관계자는 "범바위는 사유지에 있는 자연물이라 시는 아무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2007년 KBS 드라마 '대조영' 측은 경북 문경새재 제1관문과 제2관문 성벽과 기둥에 수십 개 대못과 철사를 박아 방치했고, 2005년 SBS '프라하의 연인' 측도 덕수궁 돌담에 종이 메모를 실리콘으로 붙이고 제거하는 과정에서 담벼락을 훼손하기도 했다.

소중한 문화유산 의미 되새겨야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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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에서 일하는 한 프로듀서는 "옛날과 달리 최근 문화재 안에서는 촬영 허가를 받기도 어려워 세트장 설치 시 일일이 사전 협의를 진행한 뒤 촬영한다"며 "문화재는 애시당초 못질을 하지 않는데, 일반 스태프들이 별다른 인식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과거 유명 방송사들이 주요 문화재에서 흡연하거나 시설을 훼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며 "관리 기관이 철저히 사전 교육하고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문화재 촬영 시 제작진에게 확실히 공지하지 않으면 난처한 상황들이 반복될 것"이라며 "우리가 소중한 문화유산을 유지 관리하는 이유를 다시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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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촬영한다고 세계유산에 못질? KBS 병산서원 훼손 논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0216010005471)


안동=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속초=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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