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장이 부당한 지시" 진술 확보
경호처장·차장에 대해 2차 출석 요구
경호본부장·경비안전본부장도 입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시한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출입구 내부와 외부를 경비 병력 차량들이 막아서며 진입 장벽을 만들고 있다. 출입구 우측에는 전날 설치한 철조망(빨간 원)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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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경호처의 '육탄 방어'에 막혀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실패한 경찰이 박종준 경호처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경호처 간부들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입건해 수사 중인 경찰은 박 처장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6일 체포영장 집행에 다시 나서게 되면, 박 처장 등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전날 밤 서울경찰청 소속 101경비단, 202경비단, 22경호단 부대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박 처장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처장은 단장들에게 직접 전화해 "어디냐, 우리 대통령 경호 지원을 해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나 경찰이 오면 너희들도 나와서 막아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경찰 경비단과 경호단은 그러나 박 처장 지시에 응하지 않았다. 이들은 서울경찰청 지휘를 받을 뿐, 경호처 지시에 따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경호처는 앞서 경찰에 인력 협조 요청을 했지만, 경찰은 역시 거부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통해 부탁한 협조 검토 요청에도 경찰은 '불가' 입장을 밝혔다. 경찰 수뇌부는 이 같은 내용을 경찰 경비·경호단에 공유했다.
101경비단은 용산 대통령실 경비를, 202경비단은 관저 외곽을, 22경호단은 대통령 수행 시 경호를 맡는다. 실제로 202경비단은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 등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지난 3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한남동 관저에 왔을 때 이를 막지 않았고, 101경비단 역시 관저에 가지 않았다.
"누구보다 잘 알면서..." 경찰 출신 경호처장에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을 임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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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에선 경찰 출신으로 경호처를 지휘하는 박 처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후임으로 두 번째 경호처장이 된 박 처장은 경찰대 2기 출신으로 경찰청 차장 등을 지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경호처 지시를 받는 관계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경찰 후배들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지키는 게 경호처 역할이라고 해도, 위법한 행위를 일삼고 후배들까지 동원하려고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공조본은 대응 방법을 고심 중이다. 남은 영장 집행 기간은 6일 하루뿐이라, 다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경호처가 재차 가로막는다면 물리적 충돌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일 집행 당시 수사팀과 경호처 사이에선 크고 작은 몸싸움이 있었다. 일부 경호처 직원들은 개인 화기까지 소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처장은 경호법과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 불허 입장을 고수 중이다. 경찰은 영장 추가 집행 시 박 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에 대한 현행범 체포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이 경찰 경호부대에 위법한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이미 확보했지만,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각각 7일과 8일까지 재차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경호처 경호본부장과 경비안전본부장을 추가로 입건해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 내부에선 수사 파트너인 공수처에 대해 답답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수사 효율화를 위해 공조본을 꾸렸지만,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를 지적하며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이 사건을 다시 넘겨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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