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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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갔다”고 말한다. 한번 쏜 화살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양궁 경기를 자주 보는데, 한 양궁 해설자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지고 있던 선수들에게 아직 기회가 있음을 강조하며 “바람은 불다, 안 불다 하기 때문에 자기 활을 쏴야 한다!”고 격려하듯 외치던 말이다. 눈에 비슷해 보여도 선수들의 화살 길이는 제각각이라고 한다. 선수들의 팔 길이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좋은 화살도 자기 것이 아니면 쓸모없고, 남을 흉내 낼 게 아니라 자기 활을 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양궁을 보며 내가 배운 또 한 가지는 과녁에 명중시키려면 목표보다 조금 더 높은 곳을 겨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예상하고 노력한 것보다 나를 낮게 평가하기 마련이다. 세상의 질투와 시기가 중력처럼 우리를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꿈을 이루려는 사람에겐 늘 여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70m 거리에서 지름 12cm에 불과한 골드 존을 향해 하루 1000여 발의 활을 쏜다고 한다. 하지만 소수의 선수는 훈련이 끝난 저녁 시간 이후에도 남아 200발을 더 쏜다. 메달리스트들의 유달리 가뿐해 보이는 활시위는 그렇게 단련된다. 말하듯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바람처럼 가벼운 점프, 쉽게 읽히는 단순한 문장이 역설적으로 반복적인 연습과 수많은 퇴고로 완성되듯 말이다.
제주의 올레길에서 갈림길에 들어설 때마다 방향을 알리는 화살표를 만났다. 하지만 인생에는 이런 화살표도, 내비게이션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흔들리지 않으려 해도 세상은 수시로 나를 흔들 것이다. 올해 역시 우리 삶에 수많은 바람이 불다 멈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바람 속에서도 과녁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언제나 바람의 유무보다 중요한 건 예상치 못한 바람 속에서도 끝내 중심을 잡으려는 태도, 그리고 나의 화살을 들고 과녁에 명중시키겠다는 그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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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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