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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69] 유명 노포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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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재개발이 한참인 구반포아파트가 처음 만들어진 1970년대, 아파트 상가에 ‘맥도날드’와 ‘맥심’이라는 두 서양 음식점이 있었다. 당시 주인(나의 선친이다)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과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했다. 짝퉁이긴 했지만 그 옛날에 나름의 고급 커피와 수제 버거, 다양한 양식 메뉴를 취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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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맥심(Maxim’s)’ 내부. 1893년 문을 연 20세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이다.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천장과 아르누보 양식의 인테리어로 프랑스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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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Maxim’s)’은 1893년 벨 에포크 시대에 문을 연, 아마도 20세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일 것이다.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천장과 아르누보 양식의 인테리어로 프랑스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에디트 피아프, 달리, 마리아 칼라스부터 브룩 실즈, 앤 해서웨이, 레이디 가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명인이 방문했던 명소로, 애슐린(Assouline)에서 책을 발간했을 정도다. 오랜 세월을 지탱했지만, 심각한 경영난을 겪다가 1981년 피에르 가르뎅이 인수하면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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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21 클럽’ 입구의 경마기수 조각들. 1926년 문을 열어 금주령 때도 ‘스피크이지’로 버티며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레스토랑이다. 최근 벨몬드(Belmond)그룹에서 매입, 고급스럽게 새단장하며 과거의 영화를 부활할 준비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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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21 클럽’도 비슷한 운명을 겪었다. 1926년 문을 열어 재클린 케네디, 프랭크 시나트라, 캘빈 클라인 등이 단골이었고, 금주령 때도 ‘스피크이지’로 몰래 영업을 하며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레스토랑이다. 입구에 각양각색의 유니폼을 입은 경마 기수 조각은 강력한 엔트리 메시지(entry message)의 대표 사례였다. 역시 경영난으로 고전하다가 팬데믹 때 문을 닫았다. 그런데 최근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호화 열차를 부활시키고 특급 호텔들을 운영하는 벨몬드(Belmond)에서 매입, 고급스럽게 새 단장하며 과거의 영화를 부활할 준비를 예고했다.

많은 사람이 노포는 파르테논처럼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서 깊은 레스토랑들도 의외로 경영난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시대 흐름에 대처하지 못하거나 대를 이을 자손이 없는 경우 등 여러 이유에서다. 근래에 이런 노포들을 지키기 위해서 기업, 그리고 개인 자본가들이 투자를 하고 있다. 단지 하나의 레스토랑을 소유하는 게 아닌, 그 역사와 스토리를 보존하기 위한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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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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