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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한동하의 본초여담] 건강해지려면 배꼽이 항상 OO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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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파이낸셜뉴스

침구동인도에 배꼽에 신궐(神闕)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좌측은 정면도, 우측은 측면도다. 배꼽은 항상 따뜻하고 부드러워야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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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성화제 때 대등협 전투가 있었다. 대등협은 당시 반란군의 본영이 있었던 장소였다. 이때 전투에 참가한 병부시랑 한옹(韓雍)이 반란군들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몇 명을 포로로 잡았다. 그런데 부하들이 포로들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던 중 포로 한 명이 100세가 넘었다는 것을 알았다. 노인은 얼굴이 여느 젊은이와 같았고 체력도 좋았다.

한옹은 그 노인 포로를 불러서 물었다. “당신은 나이가 100세가 넘었다고 하는데, 이처럼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이 무엇이오?”라고 물었다.

반란군의 포로지만 나이가 너무 많아서 함부로 말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자 노인은 “나는 어렸을 때 잔병치레를 많이 했는데, 어떤 도사 같은 분이 알려 준 방법대로 했더니 그 다음부터 몸이 건강해지고 잘 늙지 않았소이다.”라고 했다.

한옹은 “그 방법이 대체 무엇이오?”하고 물었다. 노인은 “그 도사가 알려 준 방법은 다름 아니라 매년 배꼽에 뜸을 뜨는 것이었소이다.”라고 했다.

한옹은 노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한낱 배꼽에 뜸을 뜬다고 늙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다. 한옹은 의원을 불렀다.

한옹은 불려온 의원에게 “지금까지 배꼽에 뜸을 떠서 얼굴이 젊어졌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의원은 “제가 듣기로 어떤 노인의 얼굴이 어린아이 같았는데, 그 노인은 매년 배꼽에 뜸을 1장 뜨기 때문이었다고 들은 바가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한옹은 “내가 잡은 적의 포로가 그렇네. 배꼽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고 중요하다고 해서 그곳에 뜸을 뜬다고 해서 늙지 않는다는 말인가?”하고 물었다.

의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배꼽의 중요성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

의원은 “사람의 배꼽은 처음 생명을 받았을 때 아버지의 정과 어머니의 혈이 서로 만나 엉겨서 생깁니다. 어미의 자궁 속에서는 탯줄과 배꼽으로 숨을 쉬지만 이미 태어나고서는 입으로 숨을 쉬며 배꼽의 문은 저절로 닫히게 되죠. 그래서 배꼽을 기운이 닫혀 있다고 해서 기합(氣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기운은 고스란히 배꼽을 통해서 드나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꼽을 훈증해서 단단하게 이어주는 것은 땅에 물을 대고 흙은 북돋우면 초목이 저절로 무성하게 자라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이 늘 법대로 훈증하면 영위가 조화롭고 혼백이 안정되어 추위와 더위가 침범하지 못하여 몸이 가볍고 튼튼해지니 그 안에 신묘함이 있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한옹은 “배꼽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인데, 배꼽의 상태로 건강과 병듦을 판단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의원은 “배꼽 부위를 만져보면 따뜻하고 부드러워야 건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배꼽이 차고, 만졌을 때 단단하면 평소에 복통 설사가 잦고, 정신적으로 긴장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정신병에 걸린 사람은 배꼽이 차고 단단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배꼽을 정신의 궁궐이라고 해서 신궐(神闕)이라고 합니다.”라고 했다.

한옹은 의원의 말을 들으면서 자기 배꼽을 몰래 만져보니 냉감이 있었고 마치 돌덩이를 만지는 것처럼 딱딱했다. 사실 한옹은 평소에 속이 차고 장이 불편한 증상이 있었고, 수시로 반란군들이 설치는 바람에 항상 긴장감이 휩싸여 있었다.

실제로 신장결석, 요로감염, 염증성 장질환, 장염 등이 있으면 배꼽 주위가 차가워지면서 딱딱해진다. 배에 가스가 많이 차거나 변비가 심해져도 배꼽주위가 딱딱해진다. 특히 장이 약하고 손발이 찬 사람들은 배꼽이 차가워지고 소화기나 복부 안의 장기에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딱딱해지는 것은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에 의해서 자율신경의 문제로 교감신경이 흥분되고 부교감신경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한옹은 의원에게 “그럼 건강한 배꼽은 따뜻하고 부드러워야 건강하다는 것인데, 어찌해야 배꼽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할 수 있는가?”하고 물었다.

의원은 “배꼽은 신궐(神闕)이라는 혈명(穴名)이 있기는 하지만 금침혈(禁針穴)입니다. 침을 놓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배꼽은 평소에 뜸을 뜨거나 뜨거운 침질을 해 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배꼽 주위로 자주 지압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라고 했다.

한옹은 “그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인가?”하고 물었다.

의원은 “배꼽에 뜸을 뜰 때는 너무 뜨겁게 하지 않고 따뜻할 정도로 해야 합니다. 살을 태우는 직접구를 해서 화상이라도 입으면 잘 낫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뜸을 뜨는 것이 힘들 때는 몇 가지 약초를 가루내서 떡을 만들어 배꼽에 붙이고 복대로 감싸주면 좋습니다.”라고 했다.

의원은 부자, 사상자, 목향, 육계, 오수유 등을 가루로 내서 생강즙으로 반죽을 한 다음 납작하게 떡을 만들어 배꼽에 붙이고 천으로 감싸 매는 방법을 상세하게 알려줬다. 이들 약재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약재들이다. 다만 일부 약재들은 피부에 직접 접촉되는 경우에 피부자극이 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하고 가렵거나 수포가 생기면 바로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몇 가지 약재를 가루내서 말린 쑥과 함께 섞어서 주머니에 넣고 이것을 싸개를 만들어 배를 싸매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며칠마다 한번씩 풀어주는데, 적응이 되면 계속 차고 있어도 좋다고 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약재를 적절하게 선택한다면 실제로 남자의 비뇨생식기 질환이나 여성의 자궁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배꼽 둘레가 차고 아프며 혹 오랫동안 설사가 멎지 않는 것과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묵은 쑥과 굵은 소금을 섞어서 주머니에 넣고 이것을 뜨겁게 덥힌 후에 배꼽에 대고 찜질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요즘 같으면 약재가 아니더라도 편하게 작은 휴대용 핫팩을 대고 복대로 감싸주는 것도 좋다. 약리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단순한 물리적 열자극만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배꼽은 어떻게든지 따뜻하게 하면 좋기 때문이다.

한옹은 의원이 알려준 방법대로 자신도 배꼽에 뜸을 뜨고 배싸개를 만들어서 항상 차고 다녔다. 그랬더니 평소에 있었던 소화기 장애는 물론이고 기혈순환이 좋아졌으며 더욱 더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여성들에게 배꼽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배꼽티는 배꼽부위 위로 옷이 올라가 있어서 배꼽이 노출되는 패션이다. 이러한 옷차림은 배를 차게 하고 복통, 설사, 소화불량 등 소화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여성들의 경우 자궁건강에도 문제가 생겨 생리통을 심하게 하고 난임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심각하게는 중심체온을 떨어뜨려서 냉증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면역력도 약화시킨다. 배꼽티는 건강에 있어서는 최악의 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이나 겨울할 것 없이 찬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것도 문제다.

배꼽은 항상 따뜻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배꼽에 뜸을 뜬다고 얼굴이 어린아이와 같아지지는 않겠지만, 배꼽을 따뜻하게 하면 결국 몸이 따뜻해지면서 건강해질 것이다.

* 제목의 ○○은 ‘따뜻’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동의보감> ○ 灸臍法. 有人年老, 而顔如童子者, 盖每歲, 以鼠糞灸臍中一壯故也. 本朝韓雍侍?, 討大藤峽, 獲一賊, 年逾百歲而甚壯健. 問其由, 曰少時多病, 遇一異人, 敎令每歲灸臍中, 自後康健云. (배꼽에 뜸을 뜨는 법. 어떤 노인의 얼굴이 어린아이 같았다. 매년 쥐똥으로 배꼽에 뜸을 1장 뜨기 때문이었다. 명나라 때 시랑인 한옹이 대등협을 토벌하고 적을 1명 잡았는데, 나이가 100세가 넘었어도 매우 건장하였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가 어릴 적에는 병이 많았는데 한 이인이 가르쳐 준 대로 매년 배꼽에 뜸을 뜬 후에는 그 다음부터 건강해졌다고 하였다.)
○ 夫人之臍也, 受生之初, 父精母血, 相受凝結以成. 胞胎在母腹中, 母呼兒呼, 母吸兒吸, 是一身臍帶, 如花果在枝而通?也. 旣生之後, 從口呼吸, 臍門自閉. 旣長之後, 外耗精神, 內傷生冷, 眞氣不得條暢, 所以蒸臍固?, 如水灌土培, 草木自茂壯也. 人常依法熏蒸, 則榮衛調和, 安魂定魄, 寒暑不侵, 身體輕健, 其中有神妙也. (사람의 배꼽은 처음 생명을 받았을 때 아버지의 정과 어머니의 혈이 서로 만나 엉겨서 생긴다. 포태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어머니가 숨을 내쉬면 태아도 숨을 내쉬고 어머니가 숨을 들이마시면 태아도 들이마신다. 배꼽이 한몸으로 묶인 것은 꽃과 과일의 꼭지가 가지로 묶여 있는 것과 같다. 이미 태어나고서는 입으로 숨을 쉬며 배꼽의 문은 저절로 닫힌다. 자란 후에는 밖으로는 정신을 소모하고 안으로는 생것이나 찬것에 상하며 진기가 뻗어나갈 수가 없다. 그래서 배꼽을 훈증해서 단단하게 이어주는 것은 물을 대고 흙은 북돋우면 초목이 저절로 무성하게 자라는 것과 같다. 사람이 늘 법대로 훈증하면 영위가 조화롭고 혼백이 안정되어 추위와 더위가 침범하지 못하여 몸이 가볍고 튼튼해지니 그 안에 신묘함이 있는 것이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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