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방산’ 경쟁 커지는데
韓 기업 인수합병 소극적…인력 채용만
미국 무인기.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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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글로벌 대형 방산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더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글로벌 기업들은 풍부한 자금을 무기로 첨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최근 줄줄이 인수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 기업들이 향후 방산 기술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전이 판도 바꿔…글로벌 ‘AI 방산’ 투자 경쟁
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방산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대형 기업들의 인수합병(M&A)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이어진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며 방산 업계가 호황을 맞은 가운데,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차세대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다.
기업들은 특히 드론 등 ‘무인기’로 대표되는 AI 무기를 주목하고 있다.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이 일종의 계기가 됐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는 130만대에 달하는 드론을 투입했다. 러시아 역시 매달 수천 대의 장거리 드론을 우크라이나에 띄우고 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전으로 전쟁 양상이 병사 중심에서 드론 중심으로 변화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관련 투자를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드론제조업체 에어로바이런먼트는 41억달러(약6조원)을 들여 드론 대응 기술 등을 보유한 ‘블루헤일로’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영국 최대 방산 업체인 BAE시스템스도 지난 2023년 인공위성업체 ‘볼 에어로스페이스’를 56억달러(약8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IT 기업과 방산 업체 간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 AI 기업 ‘팔란티어’와 자율드론 업체 ‘안두릴’은 일론 머스크의‘스페이스X’, 챗GPT 개발사‘오픈AI’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방 예산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달 31일 버티컬리서치파트너스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15개 방산 업체 FCF는 2026년 50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됐다. 2021년 대비 2배 규모다. 이 자금이 인수합병 등 투자 거래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K-방산은 아직 머뭇
LIG넥스원이 인수한 고스트로보틱스의 대표 제품 ‘비전60’ [LIG넥스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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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 방산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투자 진척이 더딘 상태다. LIG넥스원이 미국의 사족보행로봇 기업 ‘고스트로보틱스’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인공위성 기업 ‘쎄트렉아이’를 인수한 정도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AI기업 ‘코난테크놀로지’에 지분 투자를 했다. 이밖에는 각 기업에서 연구개발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기업들이 아직까지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방산 분야를 개발하더라도 당장 미국 대형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 섣불리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비교해 한국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할 때 규제가 많다”고 털어놨다.
김미정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글로벌 방산 추세가 AI로 움직이고 있는데, 국내에선 아직 투자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다”며 “AI 방산 관련 수요가 아직 미국 중심이다 보니, 국내에선 아직 수요가 확실하지 않아 현재 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산 호황 힘입어 ’실탄‘은 충분
방산 업계 호황에 힘입어 인수합병에 필요한 기업들의 ‘실탄’, 즉 현금은 충분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작년 1조1228억원 손실에서 올해 5643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현대로템 역시 같은 기간 979억원 손실에서 4074억원으로 턴어라운드했다. 통상 방산 업체 현금 흐름이 4분기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1년새 자금 사정이 넉넉해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기업이 글로벌 규모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M&A 등 전방면에 있어서 AI 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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