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 631조2335억
시장 변동성 확대에 투자심리 쪼그라들어
미국 주식, 달러 선호도 환율 상승에 주춤
12월 한 달 간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지는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23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123r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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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12월 한 달간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지는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23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원/달러 환율이 최대 1480원대까지 치솟고 증시가 2400선을 내주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투자 심리가 쪼그라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31일 기준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31조23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한 달 전(608조2330억원)보다 23조5억원 급증한 수치다. 1년 전인 2023년 말(590조7120억원)과 비교해도 6.9%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예금자가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어 이자율이 0.1% 수준으로 낮다. 돈을 묶어둬도 사실상 이자수익을 거둘 수 없는 요구불예금이 늘었다는 것은 투자자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대내외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의 실적 저조로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고 있던 와중에 비상계엄·탄핵 정국으로 시장 안팎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증가 폭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 급증했던 요구불예금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을 거치면서 다소 줄어드는 듯했지만 다시금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 등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면서 시장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영향이다.
여기에는 특히 원/달러 환율 급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자금이 미국 주식시장에 유입되거나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그마저도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주간거래 종가보다 2.4원 오른 1469.0원에 개장했다. 지난해 마지막 외환시장 거래일인 12월 30일 1472.5원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밤중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달 3일 주간거래 종가(1402.9원)와 비교하면 70원 가까이 오른 수치다.
정치적 혼란 완화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투자자가 신규 투자처를 찾아가는 등 대기성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국내 증시가 상반기까지는 약세를 보이는 등 당분간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미국 주식이나 펀드, 가상자산, 금 등으로 자금이 몰리는 ‘머니무브’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실물경제가 영향을 받으면서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투자자 신뢰가 악화될 수 있다”면서 “은행 요구불예금이 연중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것도 시장 불안감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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