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은퇴한 교수 찰스는 쓸쓸한 노년을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사립탐정 사무소에 취직을 하고 한 실버타운을 염탐하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넷플릭스 바로 보기 | 8부작 | 15세 이상
정년 퇴직을 했다. 아내는 죽었다. 외동딸은 결혼해 나가 산 지 오래다. 넓은 이층집은 공허하고 공허하다. 건축학과 교수였던 찰스(테드 댄슨)는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는데 하루하루가 헛헛하다. 그는 새로운 일을 해보라는 딸 에밀리(메리 엘리자베스 엘리스)의 충고를 받아들인다. 그가 지원한 곳은 사립탐정 사무소. 하게 된 일은 염탐이다. 고지식한 전직 교수는 주름이 얼굴을 파고든 나이가 돼 위험천만한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①‘수사’를 위해 실버타운에 잠입하다
찰스는 의도와 달리 실버타운 사람들과 우정을 쌓게 되고 인생의 면모를 새롭게 알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찰스는 고급 실버타운으로 들어간다. 의뢰인이 사립탐정 사무소에 맡긴 일은 절도범 찾기다. 의뢰인의 어머니가 값비싼 목걸이를 잃어버렸는데,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봐 달라는 거다. 나이 지긋하고 경제력이 있는 찰스는 아무 의심 없이 실버타운에 입주한다.
찰스는 실버타운 직원과 입주민들 모두를 대상으로 ‘수사’에 들어간다. 의심 어린 눈으로 보면 모두가 수상하다. 아니나 다를까. 찰스가 들어가자마자 또 다른 절도 사건이 벌어진다. 찰스는 범인을 찾기 위해 매의 눈으로 모든 사람들의 모든 일들을 훑는다. 그는 그 과정에서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감지한다.
②예기치 않게 쌓게 되는 우정들
찰스는 나름 추리력을 발휘해 실버타운 내부 절도범을 찾아간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제목에 ‘스파이’가 들어가고, 찰스가 하는 일이 염탐이나 이 드라마는 스릴러가 아니다. 스릴이나 서스펜스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고 인간애를 기반으로 잔잔한 웃음을 빚어낸다. 찰스는 자신의 목적과 달리 실버타운 입주민, 직원과 조금씩 우정을 쌓아간다. 찰스 자체가 사람을 의심하기보다 사람을 이해하려 하는 성향을 지녔기 때문이라. 어쩌면 찰스가 실버타운 생활에 적합한 나이라서 그럴 수 있다.
찰스가 실버타운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제각기 남다른 사연을 지녔다. 다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다. 하지만 누구는 초기 치매 증세를 앓고 있고, 누구는 까다로운 성격을 지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또 어떤 이는 누구하고나 어울리는 친화력을 지니고 있다. 요컨대 실버타운이라고 바깥 사회와 다르지 않다.
③돈, 명예보다 소중한 건 무엇?
찰스는 새 일로 삶의 활력을 되찾고 딸 에밀리와의 관계를 개선하기도 한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찰스는 자신의 임무를 하나하나 수행해 가며 새 친구들을 사귀어 간다. 서먹서먹했던 딸 에밀리와 다시 가까워지기도 한다. 상사인 줄리(릴라 리치크리크 에스트라다)와 일을 두고 다투면서 관계를 다져간다. 찰스에게 스파이 일은 삶에 대한 새 의욕을 불어넣는다.
드라마는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교훈을 안긴다. 젊은 시절 아무리 돈과 명예가 남달랐다고 해도 인생 황혼 무렵 곁에 아무도 없으면 그 삶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찰스를 비롯해 실버타운 노인들이 뼈아프게 절감하는 말년의 현실이다.
뷰+포인트
칠레 다큐멘터리 영화 ‘요양원 비밀요원’(2020)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요양원 비밀요원’은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상 장편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작가 출신으로 인기 드라마 ‘굿 플레이스’(2016~2020) 각본과 연출을 겸했던 재주꾼 마이클 슈어가 기획했다. ‘굿 플레이스’에서 슈어와 협업한 배우 테드 댄슨은 능청스럽고 안정적인 연기로 드라마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폭소를 이끌어내거나 진한 감동을 자아내지는 않으나 은근한 재미로 눈길을 계속 붙잡는 드라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5%, 시청자 92%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