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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단독] FTA 10년 호주 와인 수입 급증… 한국 소비자 입맛 사로잡은 매력은?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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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로빈슨 주한호주대사 단독 인터뷰 /‘호주=쉬라즈’ 공식은 옛말/리슬링·샤르도네·피노누아·전통방식 스파클링 와인 등 다양한 와인 한국 소비자에 어필//"한국문화의 가장 큰 매력은 ‘정’ "/“FTA 10년 맞아 다양한 분야 교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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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랜드 산지 Sixty Eight Roses 오너 Loannis와 Yianni Koutouzis 부부.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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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와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디감이 묵직한 쉬라즈 품종입니다. 마치 식스팩이 쫙 갈라진 구릿빛 남자 같죠. 미드 ‘왕좌의 게임’의 짐승남 제이슨 모모아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호주=쉬라즈’ 공식이 깨진 것은 이미 오래전입니다. 한국과 호주가 2014년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으면서 관세 15%가 철폐된 뒤 다양한 호주 와인이 물밀 듯 한국 시장에 들어 온 덕분입니다. 아내가 한국인인 ‘친한파’ 주한호주대사 제프 로빈슨(Jeff Robinson)과 함께 10년동안 한국 와인 소비자들의 입맛을 홀린 호주 와인의 매력을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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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대사. 주한호주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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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 입맛 홀린 호주 와인

한국에 수입되는 호주 와인은 FTA 체결전인 2013년 732만5000달러(1069.9t) 수준이었는데 2022년 3232만3000달러(5059.9t)로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최근 와인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지만 2023년 2131만달러(3734.5t), 2024년 1787만4000달러(3272.8t)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호주 스파클링 와인 수입 증가가 돋보입니다. 2013년 24만9000달러(38.6t)에 불과했지만 2022년 130만달러(204.9t)로 5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후 2023년 78만5000달러(113.9t), 2024년 69만9000달러(107.2t)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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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와인 산지. 와인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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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코트 산지 Vinea Marson 산지오베제, 바르베라, 네비올로, 쉬라즈.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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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와인이 이처럼 FTA 10년동안 한국 소비자를 사로잡은 이유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구대륙 중요 와인산지 못지않은 빼어난 품질을 보여주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많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다양성도 큰 몫을 합니다. 호주 와인 생산의 50%, 호주와인 수출액의 62%를 책임지는 남호주 바로사밸리(Barossa Valley)의 쉬라즈, 바로사 밸리 바로 북쪽의 클래어 밸리(Clare Valley)와 바로사 밸리 동쪽에 붙어있는 이든 밸리(Eden Valley)에서 생산되는 리슬링은 구대륙과 거의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 히트코트(Heathcoat) 산지등에서는 산지오베제, 바르베라, 네비올로 등 다양한 이탈리아 품종도 와인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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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 산지 Frankland Estate 리슬링.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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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프랑스 부르고뉴 빰치는 애들레이드 힐의 샤르도네, 멜버른 인근 야라밸리(Yara Valley)의 피노누아와 샤르도네, 바로사밸리 남쪽 맥라렌 배일(McLaren Vale)의 올드바인 그르나슈, 테라로사 토양의 쿠나와라 카베르네소비뇽 등이 가격대비 엄청난 품질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샴페인을 뛰어넘는 태즈마니아(Tasmania) 섬의 전통방식 스파클링 와인과 피노누아, 서호주 마가렛리버(Magaret River)의 프리미엄 샤르도네 등 아주 다양한 호주 와인이 한국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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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라밸리 산지 Soumah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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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대사는 이런 매력 덕분에 한·호 FTA 10년동안 양국 교역 물량이 거의 두배로 늘었는데 와인은 더 폭발적으로 한국에 수입됐다고 평가합니다. “호주 와인을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10년 동안 진행했답니다. 남호주 앰배서더 프로그램이 3기까지 진행돼 많은 와인 수입사 관계자들이 호주 와이너리를 방문했습니다. 또 레스토랑, 와인샵과 다양한 호주 와인 프로모션 이벤트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대규모로 호주 와인 그랜드 테이스팅을 열고 있는데 많은 호주 생산자들이 직접 한국을 찾아 수입사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답니다. 웹사이트를 통해서 호주 와인 자료를 찾아볼수 있지만 와인은 직접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래서 대규모 테이스팅 행사를 지속적으로 기획할 예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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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대사. 주한호주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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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와인의 매력

한국 소비자에게 호주 와인이 사랑 받고 있는 이유는 찐득하고 묵직한 쉬라즈 일변도의 호주와인산업이 신선한 과일향을 중요시 여기는 와인으로 양조 스타일이 바뀐 덕분입니다. 로빈슨 대사도 이를 강조합니다. “호주 와인 역사는 아주 오래 됐어요. 유럽의 이민 문화와 함께 개발됐죠. 현재 와이너리가 약 2000여개 이상입니다. 경쟁력을 스스로 확보하지 않으면 시장에서도 도태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래서 호주 와이너리들은 좀 더 엣지있는 와인을 경쟁적으로 발굴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로 양조 스타일을 바꾸면서 와인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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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랜드 산지 Sixty Eight Roses Love Hurts 베르멘티노.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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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대사는 호주가 ‘건강한 포도나무의 나라’라는 점도 강조합니다. “1860년대 포도나무 뿌리를 병들게 하는 필록세라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구대륙 산지의 포도밭이 초토화됐습니다. 하지만 호주는 바로사밸리나 맥라렌베일 등 필록세라를 피한 곳이 많아 100년된 올드바인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어요. 유럽에서 포도밭을 재건할 때 호주의 포도나무들이 유럽으로 많이 건너간 이유랍니다. 그 정도로 호주 와인의 역사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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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사밸리 올드바인 쉬라즈. 펜폴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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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라밸리 산지 Giant Steps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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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땅덩이가 워낙 넓어 다양한 산지에서 다양한 품종과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하는 점도 매력으로 꼽습니다. “호주 와인 생산자들은 65개의 세부산지에서 약 155개 품종으로 다양한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호주 대륙이 크고 기후도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품종들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어요. 호주 와인산업 초기 쉬라즈가 많이 수출될 수밖에 없었던 건, 해외 시장에서의 수요가 쉬라즈로 집중됐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경쟁적으로 새 품종 개발하면서 심지어 저도 익숙하지 않은 생소하고 유니크한 품종이 많이 등장할 정도로 다양해졌답니다. 요즘 호주 소비자들도 와인 구매때 알코올도수가 높거나 너무 묵직한 와인보다는 신선하게 과일향을 잘 뽑아낸 와인들을 선호해요. 그런 소비 트렌드 변화가 와인 양조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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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대사. 주한호주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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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과 호주 와인

로빈슨 대사는 한국의 와인 문화를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안목도 높고 정보력도 매우 빨라 그만큼 와인 지식이 풍부합니다. 특히 와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다양한 품종을 계속 트라이해요. 아주 액티브하게 움직여서 와이너리들이 좀 많이 놀랄 정도죠. 제가 처음 한국에 온건 1984년 대학생 때이고 외교부에 입사한 뒤 외교관으로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입니다. 호주 와인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던 시기였죠. 1980년대 후반에는 한국에서 와인을 마시려면 큰 호텔에나 가야했죠. 가격은 물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비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냥 매일 매일 일상생활의 문화가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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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리버 산지 St. Johns Brook 샤르도네와 소비뇽블랑.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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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대사는 ‘친한파’입니다. 한국인 아내 때문입니다. “호주로 이민 온 아내와 1970년대 고등학교때부터 연애를 했답니다. 제가 6일 오빠에요 하하. 아내가 한국인이라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호주에 한인 커뮤니티가 오랫동안 많이 활성화돼 있어요. 이민 초기 호주에 한식당을 오픈한 한국분들은 한국 음식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본풍으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한국 음식이 많이 알려지면서 일본식당보다 한국식당이 더 많을 정도에요. 예전에는 바비큐 쪽 메뉴로 좀 한정적으로 소개가 됐지만 지금은 다양한 한식 메뉴가 서비스되고 있답니다. 호주 와인은 품종이 다양하기에 그만큼 음식과 페어링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답니다. 한국은 식문화가 많이 발전하고 또 메뉴가 많이 다양화됐기 때문에 와인을 페어링할 때 다양성이 뛰어난 호주 와인과 찰떡궁합이랍니다.” 로빈슨 대사는 어떤 한국 음식과 호주 와인을 즐길까요. “한국 바비큐는 바디감이 좀 무거운 쉬라즈, 카베르네 소비뇽과 잘 어울리고 회덮밥 같은 메뉴도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도 많아요. 그런데 유일하게 매칭하기 어려운 음식이 있는데 바로 바로 홍어회랍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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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라렌베일 산지 Yangarra 쉬라즈, 그르나슈, 루산.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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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대사는 한국인의 매력으로 ‘정’을 꼽네요. “한국은 오래전부터 농경사회가 발달했는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국인은 감성적이고 착하고 가슴이 따뜻해요. 그런 점을 옛날부터 많이 봐왔죠. 그래서 한국 친구를 한 번 만들면 인생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K-팝과 K-드라마 등도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그것보다 한국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건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서로 돌보는 ‘정’이랍니다. 한국 사회는 가족도 잘 돌보지만 그만큼 친구들도 잘 돌볼 정도죠. 이런 문화 때문에 한국인들은 다양한 모임에서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데 항상 집중해요. 이럴 때 호주 와인과 함께 한다면 서로의 정이 더욱 깊어질 겁니다. 호주 와인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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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인 그랜드 테이스팅 2024 행사에서 대사관 직원들과 포즈를 취한 로빈슨 대사.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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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10년 맞아 다양한 교류 확대

로빈슨 대사는 주한호주대사직을 제의받았을 때 그 자리에 결정했을 정도로 한국을 좋아한다. FTA 10년을 맞아 청정에너지와 방위산업 분야에서 양국이 활발하게 교류할 것으로 기대했다. “외교관의 특성상 한 번 재임한 나라는 계속 찾아가게 됩니다. 그 나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많이 축적했기 때문이죠. 주한호주대사직을 제의받을 때 당장 가겠다고 밝혔죠. 지금이 양국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적기라고 봤기 때문이에요. 한국이 필요한 에너지 자원 등을 호주가 수출할 수 있고 그 에너지를 활용해서 한국은 제품을 만들어서 세계 시장에 판매할 수 있어요. 그 사업 모델을 아주 좋게 봤습니다. 와인을 비롯한 신선한 농수산식품도 그에 못지않은 주요 품목입니다. 또 호주는 저탄소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예전에는 석탄을 많이 공급했는데 이제는 수소 공급이 논의되고 있답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이 신산업을 같이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아주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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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대사 인터뷰. 주한호주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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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산업이 발전하는데 한국의 기술력과 투자도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합니다. “호주에는 중요한 에너지 자원과 핵심 광물들이 아주 많아서 한국의 투자와 협업이 필요합니다. 15년 전 한국에 처음 부임했을때 한국으로부터 무기를 산다거나 국방, 안보를 논의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 분야를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한 트레이딩 파트너를 넘어서 안보를 같이 논의하는 우방국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호주 정부가 예산을 많이 투입해서 군사력 강화에 힘쓰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참여를 해서 많은 협업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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