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안정시켜야 경제도 위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처럼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선 곤란하다.[사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24년 12월, 대한민국 국민은 국내는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한 큰 사건사고를 겪었다. 바로 12·3 내란 사태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다. 내란 사태는 국격을 실추시켰고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쳤다. 주가가 급락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됐고, 원·달러 환율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제주항공 참사는 한국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후진국으로 인식시켰다. 세월호·이태원 참사에 이어 대형 사고가 잇따르는 안전 불감증의 나라임을 노출시켰다. 내란 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럽고 국정이 차질을 빚는 와중에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겹쳐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의 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재도약하느냐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섰다. 저성장이 고착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비상계엄·탄핵 정국의 정치불안이 더해져 다층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다툼이 치열한 와중에 고율 관세를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트럼프 스톰'까지 몰아닥쳤다.
대내외 경제 상황은 온통 빨간불이다.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급락하고, 내수는 얼어붙고, 수출마저 흔들린다. 경제성장률을 구성하는 수출, 투자, 소비 어느 것 하나 괜찮은 게 없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과 가계 빚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한국경제사를 보면 1%대 성장률은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성장률이 2%에 못 미친 시기는 한국전쟁 직후, 1980년 혼란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때였다. 세계경제가 굴러가는데도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처한 것은 정치 리스크 때문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시대착오적인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내란을 모의했다. 총을 쏴서라도 국회를 장악하라고 지시했고, 제2의 계엄까지 예고했다. 이를 TV 생중계로 국민이 지켜봤는데도 대통령은 "계엄은 야당 경고"라고 강변하고,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끝까지 싸우겠다"는 긴급 메시지를 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맨몸과 응원봉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점이다. 전남 무안공항 1층 제주항공 참사 피해자 합동분양소에도 유가족을 돕는 자원봉사 행렬이 이어졌다. 현장을 함께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나눔 선결제와 기부를 통한 음식 제공 등으로 동참했다. 이런 보통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의식에서 우리는 새해와 미래의 희망을 본다.
국회가 대국민 감사문을 채택한 것은 1960년 4·19혁명 이후 64년 만이다. 감사문에 그쳐선 안 된다. 여야 정치권은 두 달째 전국 거리 곳곳을 채우는 응원봉에 담긴 시민의식과 시대정신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무안공항을 떠나지 못하는 유가족과 전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원하는 안전한 사회 건설 약속도 지켜야 한다.
국가 대개혁이 요구된다. 초저출생·초고령사회에서 국민이 공생하는 그림을 그리고, 21세기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지역소멸 우려와 기후위기, 1년이 다 돼가는 의료대란을 풀어낼 해법도 시급하다. 이념·세대·남녀로 갈린 사회의 통합도 절실하다.
한국은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특이한 나라다. 그렇다고 무작정 정치를 혐오해선 곤란하다. 정치의 실패는 국가안보 및 경제안보를 위협하고, 국민 생활을 망가뜨린다. 내란 사태에서 보듯 국가신인도를 훼손하고, 사회 계층간 양극화와 갈등 대립을 심화시킨다.
보통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의식에서 우리는 새해와 미래의 희망을 본다.[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치를 바꾸고 안정시켜야 경제도 위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름지기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의식이 부족한 사람은 정치와 정당 활동을 할 자격이 없다. 스스로 선출직에 나서지 않음은 물론 고위직도 맡지 않는 염치가 있어야 한다. 국민도 각종 선거에서 인물을 가려 뽑아야 한다.
2%선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정치 정상화를 기반으로 구조개혁과 초격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숱한 내우외환 속에서도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6838억 달러(약 1006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도전정신으로 다시 뛰자.
jayang@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