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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원인 규명에 최소 수개월… 무안 참사, 풀어야 할 미스터리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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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① ‘조류 충돌’ vs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 가능성도’

쟁점② ‘관제사·조종사 상호합의’ vs ‘유럽선 조류 충돌 복행 금지’

쟁점③ ‘방위각 시설 문제없어’ vs ‘부러지기 쉽게 만들어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규명에 필요한 조사에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밝히는 데 향후 쟁점이 될 세 가지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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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3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사고 여객기 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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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① 랜딩기어는 왜 작동하지 않았나

사고기는 1차 착륙을 시도하던 중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주의를 받았고, 곧 ‘버드 스트라이크’를 알리며 재상승해 복행했다. 이후 조난신호 ‘메이데이’를 보낸 사고기는 원래 착륙해야 하는 방향(01활주로)의 반대 방향(19활주로)으로 착륙을 시도했다. 사고 비행기는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아 동체로 착륙한 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공항 활주로 끝단 구조물을 들이받고 폭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랜딩기어(Landing Gear) 미작동이 꼽힌다.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공항 관계자는 “무안공항, 비행기 랜딩기어가 안 내려와서, 비행기가 터졌다”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랜딩기어는 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과 지상 이동에 필요한 모든 장치를 포괄하는 말로, 비행 안전과 직결된 필수 장치다. 안전한 이착륙을 보장하며 비상 착륙 시 충격을 완화하기도 한다. 비행 시에는 기체 내부로 접혀 수납함 안에 보관된다.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사고 당시 정황과 촬영된 영상 등을 보면 사고기는 2차 착륙 전 조류와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한쪽에선 이 조류 충돌이 비행기의 엔진과 유압장치에 문제를 야기했고 랜딩기어 역시 작동하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조류 충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 가능성도 열어놓고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상 속 사고 기체가 착륙할 때 랜딩기어뿐만 아니라, 플랩(고양력장치)과 엔진 역추진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활주로에 내린 뒤에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고, 결국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하며 참사로 이어졌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파일럿이자 항공 안전 전문가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는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조류 충돌이 아직 내려오지 않은 랜딩기어에 손상을 입히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랜딩기어는 독립된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대체 시스템도 있기 때문에, 이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정말로 매우 드물고 특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로버트 섬왈트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전 의장도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기장으로서 10년 동안 (사고기와 같은 계열인) 보잉 737 계열 항공기를 조종했는데 랜딩 기어는 정상적인 수단을 통해, 수동으로 작동 가능하다는 점에서 랜딩 기어가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엔진 이상이 랜딩기어 미작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개 엔진이 모두 고장 나면 유압 계통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랜딩기어 작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1차 착륙 시 랜딩기어 작동 여부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해야 한다며 “조종석에서 어떻게 레버 작동이 안 했는지 등에 대한 상황은 추정할 수 있으나 정확히는 블랙박스 분석 통해 결론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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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관제탑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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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② 관제사와 조종사의 대응은 적절했나

사고의 최초 원인은 조류 충돌로 인한 기체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기체 이상 발생이 곧바로 참사로 이어졌다고 볼 수만은 없다. 일부 전문가는 “버드 스트라이크는 사고가 아니라 ‘사고의 요인’이다”라며 “조류 충돌 이후 복행 조치가 잘못된 판단이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관제사의 조치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나 일부 항공사는 활주로 1마일 내(short final)에서 조류 충돌 발생 시 복행을 금지하고 있다. 착륙 직전 조류 충돌로 항공기 기체에 이상이 생기면 복행 과정에서 오히려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기존 경로대로 착륙을 시도하는 게 오히려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조종사가 복행 후 급하게 선회해 착륙한 이유 역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사고기는 복행 후 다시 활주로 주변을 약 180도 돌아 기존 활주로를 진입하는 통상의 경로 대신 다른 방식을 택했다. 재이륙 후 곧바로 선회해 제자리에서 급격히 방향을 바꿔 기존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방식으로 활주로에 접근해 2차 착륙을 시도한 것이다.

결국 사고기는 급격한 2차 착륙 시도로 총 2500m 활주로의 시작점이 아닌 활주로 거의 중간 지점부터 동체 착륙한 뒤, 속도를 줄이지 못한 상태로 미끄러져 활주로 끝단 콘크리트 둔덕에 부딪혀 폭발했다. 활주로 끝단에서 260m가량 떨어져 정면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은 높이 2m에 두께가 4m에 달했다.

급선회 원인으로는 엔진 출력 이상 등이 제기된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선회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제사가 뭔가 비정상적인 상황임을 알아채고 가장 가까운 방향으로 안내했고 조종사가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관제탑 관제사와) 상호합의돼 착륙을 시도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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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충돌한 제주항공 여객기 엔진 인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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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③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 문제없나

전문가들은 공항 활주로 끝 근처에 설치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지지대인 ‘콘크리트 둔덕’이 피해를 키웠다고 봤다. 미국 비영리 단체 ‘항공안전재단’ 하산 샤히디 회장은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공항 내) 구조물 배치는 국제 표준에 따라 결정된다”며 “예를 들어 활주로 근처의 물체들은 (항공기와) 충돌 시 부서지기 쉬운 물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항공기 파일럿 더그 모스는 활주로를 완전히 평평하게 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에 활주로에 약간의 경사지가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개인적으로 특이한 공항 설계도 많이 봤다면서도, “이번 것(무안공항)은 최악”이라며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국 공항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방위각 시설 지지대 재질과 활주로부터 거리 등에 대한 국내외 기준 부합성 여부를 살피고 있다. 당초 국토부는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이 규정상 문제가 없으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항,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등 해외 공항에도 유사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다수 발견된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국토부 고시인 공항·비행장시설 이착륙장 설치기준 상에 ‘방위각 시설이 설치되는 지점까지 (구조물이 부러지기 쉽게 만들도록 한) 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항공업계 등에서는 위성 사진을 근거로 LA 공항 등에 실제로는 콘크리트 재질 둔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도 일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국 공항 사례도 포함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주요 선진국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빠른 시일 내 별도 설명하겠다”며 “우리가 보유한 자료상에는 그렇게 돼 있는데 외국 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없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에 다시 보완해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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