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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중기 고수열전]⑩교원프라퍼티 김준수 팀장…정수기 필터개발 선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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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맛 바뀌면 삶이 바뀌고,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자부심

물만 쳐다 봐도 토할 정도로 '물맛' 보기도…특허 출원·등록 20여건

"일이 힘들수록 먼저 나서라."

국내 정수기·공기청정기 필터개발 분야의 최고수(最高手) 김준수 교원프라퍼티 웰스개발팀장(부장)은 "작은 일이라도 주저하지 않고 먼저 나서서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다른 사람이 꺼리는 힘든 일을 솔선수범하면, 소통도 쉬워지고 사람들이 먼저 나를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하더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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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교원프라퍼티 웰스개발팀장(부장)이 정수기 필터를 개발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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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프라퍼티는 '교원웰스' 브랜드로 출시되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환경가전 제품을 설계·개발하는 기업이다. 2003년 출범 후 환경가전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로 시장의 트렌드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 팀장은 1999년 3월 강원대 환경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약 1년 동안 한림대 환경공학과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2000년 5월 환경공학과 김승도 교수가 창업한 벤처기업 ㈜대경탄소기술에 합류해 수처리 필터개발 업무를 시작했는데, 올해로 25년째 필터개발 한길을 걷고 있다.

정수탱크 들어가 활성탄 교체를 위해 5~6시간 작업

벤처 붐을 타고 야심 차게 출범했던 ㈜대경탄소기술은 5년 만에 문을 닫았지만, 배우고 깨달은 바가 많던 시절이었다. 필터의 주원료이자 대체 불가능한 물질인 활성탄의 성질과 문제점을 명확히 알게 됐고, 대규모 정수탱크 속에 든 4~5t 규모의 활성탄을 교체하기 위해 직접 탱크 안에 들어가 5~6시간씩 작업하면서 체력도 길렀고, 끈기도 배웠다.

일이 너무 힘들어 다른 업종으로의 취업도 여러 번 고려했다. 그때마다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하며 정부의 수중·대기 오염물질 제거 관련 연구과제도 함께 수행했던 아내의 "필터는 당신이 대한민국에서 최고"라는 응원에 힘입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후 중소기업인 ㈜한일그린텍에서 일할 때 교원웰스 정수기 성능평가작업을 수행하던 그를 눈여겨본 교원 관계자가 "곧 연구소가 출범할 것"이라고 귀띔해줬고, 2009년 8월 교원웰스연구소 경력직 채용에 지원·합격하면서 교원프라퍼티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에게 교원웰스라는 일터는 자신의 잠재된 역량을 발산하는 멋진 시험대였다. 김 팀장은 "간혹 기존의 물맛에 길든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물맛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도 "물맛의 차이는 인정할 수 있지만, 더 건강한 물은 교원웰스 필터를 거친 물"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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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워터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동료들과 함께 교원웰스연구소에서 '물맛'을 평가하고 있는 김준수 팀장(사진 왼쪽). 교원프라퍼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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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맛이 바뀌면 고객의 삶도 바뀐다" 자부심

정수기용 필터는 물속에든 모든 것을 걸러내는 역삼투압(RO) 방식과 미네랄 등 몇몇 성분을 남기고 부분적으로 걸러내는 중공사막(UF) 방식의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코웨이가 RO필터, 교원웰스가 UF필터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나노양전하 방식과 같이 정전기를 이용해 물속의 성분을 걸러내는 등 보다 세밀한 방식의 필터들이 개발되고 있다.

김 팀장은 정기적으로 교월웰스 매니저들에 대한 교육도 담당하는데, 매니저를 통해 '물맛이 너무 좋아졌다'라거나 '건강이 나아졌다'는 정수기 사용 소감을 전해 들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원웰스에서 필터를 개발하면서 물맛이 바뀌면 삶이 건강해지고 바뀔 수 있는 만큼 고객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태도는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2010년 7월 업계 최초로 기능성 세라믹 분말을 이용한 미네랄 필터를 개발해 KW-P01W1 제품에 적용해 히트시켰다. 대소형, 나노와 카본 등 다양한 정수기 필터개발에 이어 탈취, 기능성 공기청정기 필터도 다수 개발했다.

상복도 따랐다. 여러 차례 사내 제안상이나 교원인상을 받았고, 2022년에는 세계물의날 정수기 물맛 품평회에서 골드상을 수상했으며, 환경부가 주관하는 건강주택대상도 여러 차례 받았다.

'복합형 정수필터', '살균 정수기 및 이를 이용한 정수 살균 방법' 등 5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금속폼을 포함한 열전소자 방식 정수기용 냉각 시스템', '중금속 제거용 친환경 정수 필터 모듈 및 그 제조방법', '활성탄을 이용한 정수용 다기능 복합 필터', '살균 정수기' 등 14건의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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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교원프라퍼티 웰스개발팀장(부장)이 교원프라퍼티 인천공장에서 생산 중인 정수기의 주요 부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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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다만 봐도 토할 정도로 '물맛' 보기도

'맛있는 물'을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2013년 워터소믈리에 자격증을 획득했고, 시중에 판매하는 모든 생수를 다 마셔가면서 교원웰스가 추구해야 할 물맛을 골랐다. 정수기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필터를 더 작게 만들고, 그 속에 모든 기능을 다 넣기 위해 몇 달 동안 밤새워 가며 공부도 했다.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여과 성능을 강화하거나, 반대로 너무 많은 물질을 필터에서 통과시키면 오히려 물맛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활성탄의 원재료 분석, 필터 내 여과 성분 분석, 주요 부품의 성분, 부품을 구성하는 소재에 대한 분석 등 물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구성요소를 면밀히 분석해 데이터화하기도 했다.

필터를 장착한 이후 최초 개발 때와 물맛이 달라지면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모든 부품을 갈아 끼워가며 물맛이 변한 원인을 찾아내야 했다. 일주일 내내 물을 마시며 맛을 구분하다 쳐다만 봐도 토할 지경이 돼서야 원인을 찾아낸 적도 있는데, "그 과정이 직장 생활 중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물에 직접 닿지 않지만, 물이 지나가는 관을 덮은 커버 부위 부품을 일부 변경한 것이 물맛에 영향을 미친 것을 밝혀냈을 때는 눈물을 쏟을 뻔했다"면서 "원인을 찾기 위해 구토가 나올 정도로 물을 마시며 함께 고생해 준 동료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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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팀장(사진 왼쪽 서서 드라이버를 돌리는 사람)이 교원프라퍼티 웰스개발팀원들과 함께 정수기의 '물맛'이 달라진 원인을 찾기 위해 정수기 주요 부품을 분해하고 있다. 부품을 바꿔가며 물맛이 변한 원인을 찾아낼 때까지 계속 물맛을 보며 견뎌내야 한다. 교원프라퍼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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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물맛' 선택, 맞춤형 필터 개발할 것"

김 팀장은 '정수기 필터는 깨끗한 물만 공급하면 된다'는 명제로 물맛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던 시절에 "물맛의 기준을 확립하라"고 독려했던 백상훈 개발생산부문 상무에게 가장 많이 배웠다고 했다.

굳어진 업무에 길들어 있던 자신에게 "물을 맛으로 평가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맛에 따른 수치를 정해 데이터화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10점에 가까울수록 맛있는 물이라는 교원웰스의 맛있는 물 기준이 정립되기 시작한 게 그즈음"이라면서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업무수행 방식이 이런 것이란 점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당시에는 정말 큰 깨우침이었다"고 되새겼다.

후배 직장인들에게는 "겸손하라"고 조언했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본다면 다른 사람이나 동료들과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남을 탓하는 말은 곧 자신을 꾸짖는 말이 돼 돌아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김 팀장은 "이제 고객이 물맛을 선택하는 시대"라고 확신했다. 상대적으로 정수기 사용률이 낮은 1인 가구 등을 타깃으로 고객의 입맛에 맞춰 필터의 성능을 조절하고, 건강에 꼭 필요한 성분만 필터를 통과하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물맛을 만들 수 있는 맞춤형 필터를 개발해 누구나 교원웰스의 정수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수의 한마디

반복되는 작업일수록 즐겁게, 그리고 더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 정수기마다 특별한 '물맛'을 추구할 수 있다. 처음 필터를 제작하면서 추구했던 물맛이 완제품에 장착되면 달라질 수가 있다. 이 과정에서 최초 추구했던 물맛이 변한 원인을 찾기 위해 수백 개의 부품을 하나하나 교체해 가면서 물맛을 재확인하는 지난한 작업이 긴 시간 반복된다. 인간의 생명수를 다룬다는 사명감으로 물고문을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의지가 필요하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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