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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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이 작품을 하느라 수명이 7~8년은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황 감독은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징어 게임'에 질렸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각본도 혼자 쓰고 촬영도 1년 넘게 시즌2와 3를 합쳐 200회차를 찍었다"며 "지난 몇 년간 쉴 틈이 없어 지쳐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황 감독은 미국 언론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나는 '오징어 게임'에 아주 질렸다(I'm so sick of Squid Game)"고 말했다.
그는 "시리즈를 집필하고 제작하고 연출하는 전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두 번째 시즌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며 "하지만 시즌1의 엄청난 성공이 추가 시즌에 대한 용기와 동기를 부여해줬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이날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뿐 아니라 내게도 기대작이고 중요한 작품이었다"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시즌3 후반 작업을 하면서 시즌2 홍보를 겸하고 있는 그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인 3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오는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제82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 배우 이정재 등과 참석한다. 이 작품은 시즌2를 공개하기도 전에 이미 이 시상식의 TV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황 감독은 "시리즈를 하려면 작가와 연출이 각각 필요하고, 작가 역시 할리우드처럼 그룹으로 작업할 필요가 있다. 한 사람에게 의존해선 지속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시즌2 호불호 반응 "이 정도면 합당"
시즌2 공개 후 나온 호불호 반응에 대해서는 그는 "이 정도면 합당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미국의 콘텐츠 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지수가 90점대에서 80점대로 떨어졌는데 이 정도면 수긍이 간다는 것이다.
그는 "시즌1이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라는 충격과 신선함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시즌2는 아무래도 신선도 면에서 불리하고, 결말도 나지 않아 불만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며 "시즌1만큼 압도적인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다"고 부연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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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감독은 "뉴욕타임스 등이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도 이 부분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 달리 그런 부분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2에서는 시즌1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투표라는 장치를 통해서 민주주의와 선거는 우리 국민을 완벽하게 대표하며, 다수결이 항상 옳은지 등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즌1에서 자본주의 사회 무한 경쟁의 잔혹성을 탈락자에 대한 총질로 표현한다면 시즌2에서는 투표를 통해 게임의 속행 여부를 정하면서 게임을 둘러싼 모든 비극을 참가자들의 책임으로 돌린다.
황 감독은 이러한 지적에 "세상이 점점 살기 힘들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만든 이는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바로 '권력자'다. 그런데 그들은 이 모든 결과를 국민 탓으로 돌리는데 그 근거가 선거라고 봤다. 너희들이 뽑은 대통령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이고, 5년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나라가 크게 좌지우지된다. 선거제도의 허점에 대해 다뤄보고 싶었다."
성기훈의 무모한 도전 실패로...시즌3에서는?
또 황 감독은 사는 게 힘들어질수록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살기가 힘들어질수록 분노가 위로 향해야 하는데, 아래로 향한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삿대질한다. 남자는 여자들 때문이라고 하고 아래 세대는 위 세대 때문이라고 한다. 약자들끼리 서로를 탓하는 현상을 OX 투표로 나눠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기획·운영하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향해 반기를 드는 성기훈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황 감독의 바람이 투영된 캐릭터다.
황 감독은 "사회주의가 망한 뒤로 우리 모두가 잘사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아예 사라졌다"며 "어떻게든 경쟁에서 살아남아 나만 잘 살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다. 성기훈 캐릭터를 통해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려면 우리의 분노는 저 위를 향해야 한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시즌1~3는 하나의 이야기다. 시즌1이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 극심한 경쟁 때문에 망가진 사회를 우리가 어떤 식으로 바꿀 수 있나, 투표를 통하거나 안되면 데모라도 해야 하나, 그런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게 시즌2다."
따라서 시즌2에서 돈키호테와 같은 성기훈은 선의만 갖고 사회 시스템에 도전했다가 좌절한다.
황 감독은 "시즌3는 그렇게 좌절한 뒤 죄책감과 원망에 사로잡힌 기훈이 인간에 대한 믿음을 과연 잃은 것인가, 그것에 대한 이야기"라며 "인간의 바닥을 보여준다. 세상이 나빠지면 어디까지 갈 수 있나, 충격이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시즌3가 몇 부작이 될지 넷플릭스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6부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 감독이 이날 인터뷰 중에 "22개를 다 쓰고 찍었다"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시즌1은 9부작, 시즌2는 7부작으로 공개됐다.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진이 1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시티 칼리지에서 열린 '오징어 게임' 시즌 2 시사회장에 도착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우 이서환, 임시완, 양동근, 강애심, 이정재 이병헌, 조유리.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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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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