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몸 사릴 이유 없어, 2025년 변화 적기”
알리바바 추가 투자 촉각, 정보 유출 우려 과제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024년 12월 2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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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승부수일까, 외통수일까.
신세계그룹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그룹이 지난해 12월 26일 합작법인(그랜드오푸스홀딩) 설립을 발표한 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출범하는 합작법인에는 신세계의 G마켓과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된다. 양사는 합작법인을 공동 경영하는데,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지금처럼 독립적인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신세계는 “글로벌 플랫폼과 협력 생태계 구축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효율을 개선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과 네이버 양강체제로 굳어진 시장에 균열을 낼 것이라는 희망과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이 동시에 나온다. 다만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공룡이 등장한 만큼 올해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G마켓이 이번 동맹을 통해 글로벌 진출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 기대한다. G마켓이 보유한 60만 판매자가 알리바바의 최대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판로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알리바바는 200여개 국가에서 이머커스 사업을 하고 있다. G마켓은 종합 정보기술(IT) 기업이기도 한 알리바바의 기술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쿠팡·네이버 뒤쫓을 공룡 등판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G마켓이 보유한 판매자 망을 통해 한국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2023년 10월 한국 상품 전문관 ‘케이베뉴’를 신설하는 등 한국 시장에 공을 들였지만, 아직 판매자 수가 1만명에 불과하다. 압도적인 가격 정책으로 지난해 상반기 돌풍을 일으켰지만 품질 문제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쇼핑 경험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물론 판매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지원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G마켓이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국내 유통시장 내에서 잠재적 우려 요인이던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한국 시장 점유율 증가가 (이번 거래를) 통해 G마켓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알리바바의 자금력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한국 시장 점유율 확장 전략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사 간 동맹이 기존 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양사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와 G마켓이 향후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신세계에 따르면 양사 출자 비율은 5 대 5다. 신세계는 G마켓 지분을 100% 현물 출자하고, 알리바바는 G마켓 기업가치와 동등한 수준의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과 현금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다른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현재 G마켓의 기업가치 산정 평가가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알리익스프레스의 출자 규모가 정해질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G마켓의 기업가치를 3조원 정도로 추산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오픈마켓 형태인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명확한 시너지 전략을 떠올리기가 어렵다”며 “판매자의 해외 진출이나 G마켓 고도화 정도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걸로 판단된다. 밝혀진 내용 외에 다른 시너지 전략이 있는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협업 관계를 맺어가는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합작법인이 쿠팡과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을 위협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과거보다 공격적인 가격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양사의 국내 총 거래액 규모가 두 곳(쿠팡·네이버)보다 많이 낮고 배송 편의 측면에서도 서비스 격차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상품이 G마켓에 유입될 경우 위해성 논란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해외 직접구매(직구) 채널 성격이 강한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중국 상품은 국내 안전기준에 미흡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자본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과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 7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모회사 알리바바닷컴이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해외 판매자에게 제공했다며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G마켓을 살리기 위한 신세계의 ‘고육지책’이란 평가도 나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2025년은 신세계가 또다시 혁신하고 변화할 적기”라며 “지금 우리는 몸을 사릴 이유가 없다. 조직과 사업에서 1등 고객이 어디로 향하는지 치열하게 읽고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신세계는 2021년 3조4400억원을 들여 G마켓을 인수했다. 신세계 기업 인수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정 회장은 인수과정에서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G마켓은 인수 후 영업적자를 내며 이마트의 연결 실적을 깎아내리는 요인이 됐다. G마켓은 2022년과 2023년 누적 영업손실이 1000억원에 달한다. 인수대금 조달에 따른 재무적 부담마저 늘며 ‘승자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다.
G마켓 매각 포석 전망도
업계에선 합작법인 출범 후 알리바바의 추가 투자 전략이 향후 성공을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초 국내에 1조5000억원 수준의 신규 투자를 집행해 물류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커머스 관계자 A씨는 “신세계 브랜드와 알리바바의 거대한 자금력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양사 동맹에 파괴력이 생길 것”이라며 “알리바바가 이번 협업 이후 국내 유통시장에 투자를 가속화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G마켓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관측도 나온다. ‘3년 내 합작법인을 상장하고 상장이 어려우면 알리바바가 신세계 보유 G마켓 지분을 인수한다는 내용이 계약조건에 포함됐다’는 소문이 돈다. 또 다른 이커머스 관계자 B씨는 “선두업체의 입지가 너무 강력해 알리바바가 위험을 떠안고 추가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과거 외국기업들의 선례를 비춰보면, 무리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기업 인수·합병 등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G마켓의 생존 전략으로 중국 기업과 공생을 선택한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내 재고 수출 등을 위해 한국 시장이 절실한 알리바바 입장에선 날개를 달아줄 최고의 파트너를 잡았다”며 “(합작법인이) 장기적으로 자리 잡아 성과를 낼 경우 국내 공급망 측면에서 한국 중소기업과 산업이 어떤 타격을 받을지, 한국 당국의 규제가 통할지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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