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공사 전인 2019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아파트 전경.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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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을 겪어온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잠실래미안아이파크) 사업장에서 또다시 공사비 인상이 추진된다. 앞서 3.3㎡(평)당 510만원에서 811만원까지 올랐던 공사비가 지난해 7월 합의 후 5개월 만에 다시 인상돼 850만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집값은 주춤한 반면 공사비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어 조합과 조합원, 시공사 간 갈등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5일 매일경제신문이 입수한 잠실진주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2025년도 임시총회 공고 문건에 따르면 조합은 오는 14일 공사비 증액 안건을 심의하기 위한 총회를 연다. 안건이 통과되면 1조3229억원이었던 기존 공사계약금액이 1조3818억원으로 588억원가량 증액된다. 이 경우 평당 공사비가 기존 811만원에서 약 847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성용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증액되는 공사비는 조경과 커뮤니티시설 고급화를 위한 특화공사비"라면서 "가구당 분담금은 평균 1500만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기존 예산 중 남은 예비비 등을 고려하면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재건축 시공을 맡았으며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3개동에 총 2678가구가 들어선다.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시공단은 2018년 공사비를 평당 510만원으로 계약했으나, 2021년 착공 당시 공사비를 평당 666만원으로 한 차례 인상했다. 이어 2023년 말 시공단이 원자재 가격 인상과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다시 인상할 것을 요구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시공단이 조합에 통보한 공사비는 평당 889만원이었으나, 지난해 7월 양측이 811만5000원에 합의했다. 이번에 847만원까지 오르면 최초 공사비 계약금액 대비 66%가량 인상되는 것이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합원 A씨는 "시공사 측이 공기가 늘어나면서 발생한 이자 비용을 조합원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며 "반년도 안 돼 재차 공사비 인상이라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공사비 갈등은 재건축 사업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비 역시 평당 1000만원에 육박하는 단지들이 등장하면서 사업을 철회하거나 재건축으로 전환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건영아파트 리모델링조합은 시공사인 GS건설과 평당 공사비를 기존 687만원에서 1137만원으로 상향하는 변경 계약을 체결하고 이주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의 평균 분담금은 5억7000만원대로 책정됐다. 이는 기존 리모델링 단지 중 최고 분담금인 강남구 '개포더샵트리에'의 4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온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는 재건축 선회가 임박했다. 대치2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재준위)는 다음달 22일 리모델링조합 해산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대치2단지 재준위 관계자는 "수직증축이 불가능해지면서 리모델링 사업성이 크게 악화했다"며 "리모델링 공사비가 상승하고 가구당 예상 분담금도 올라 굳이 리모델링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건영아파트 외에도 서울 주요 리모델링 단지들의 공사비는 1000만원에 육박한다. 강남구 삼성동 서광아파트는 평당 공사비가 998만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구 문래동 대원아파트는 포스코이앤씨와 평당 897만원에 리모델링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공사비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용산구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이촌현대아파트는 2006년 조합 설립 이후 공사비 관련 갈등 등으로 시공사가 두 차례나 교체됐다. 경기 성남시 매화마을2단지는 지난해 한화건설이 리모델링 사업 참여를 철회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비해 사업 속도는 빠르지만 전체 공사비가 덜 든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향후 리모델링을 추진할 단지들은 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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