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씨는 본인 회사였던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 테라USD(테라)의 블록체인 기술을 속이고 허위 정보를 퍼뜨려 코인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테라 가치가 급락하자 가격 부양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도 있다. 미 법무부가 새 공소장에 자금세탁 공모까지 추가해 권씨 혐의는 9건으로 늘어났다.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부과된 형량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9개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총 형량은 130년이 된다. 버니 메이도프 전 나스닥거래소 이사장은 2009년 다단계 폰지 사기로 150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형법상 사기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그친다. 권씨처럼 사기 등으로 인한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무기징역은 규정만 있을 뿐 유명무실해 지금까지 최대 형량은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받은 징역 40년이다. 지난해 2월 피해자 191명을 상대로 148억원 피해를 준 전세사기 사건 주범도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항소심에서는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망친 악질 범죄치고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코인 사기 등으로 타인 돈을 갈취하고 해외로 도망친 자들이 형이 가벼운 한국행을 택하는 것은 국내 법체계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며,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일이다. 당국은 신종 투자상품과 기법을 내세운 각종 금융 사기에 대해 관련법상 양형 기준을 높여 엄히 단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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