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당시 건물 2층(위 사진)과 5층 모습. 1층이 전소하면서 2층으로 불길이 번졌지만 닫힌 방화문으로 5층에는 연기 유입이 거의 없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
지난 3일 310명이 머물던 성남시 분당구 BYC 빌딩 화재가 중상자 없이 경미한 인명 피해로 마무리된 건 방화문과 스프링클러가 제역할을 했던 덕분이었다. 특히 지하 1층의 어린이 수영장에 있던 어린이 30명이 제연 설비를 갖춘 지하 5층으로 대피해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5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분당소방서 등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지하 5층 지상 8층의 연면적 2만5000여㎡ 규모인 대형 복합상가 BYC 빌딩에서 불이 난 건 지난 3일 오후 4시 37분쯤이었다. 1층 식당 주방에서 불이 시작돼 1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당시 건물 내 있던 310명 중 35명만 연기 흡입으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크게 다친 이는 없었다.
불이 난 건물은 음식점, 병원, 수영장, 헬스장, 판매시설, 업무시설, 주차장 등을 갖추고 있어 평소 유동인구가 많았지만 화재 당시 각 층의 방화문이 모두 닫혀 있었다. 이 덕분에 1층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 등 매연이 건물 전체로 빠르게 퍼지지 않아 인명 피해가 크게 준 것으로 소방당국은 분석했다. 중앙일보가 확보한 당시 내부 사진에도 전소한 1층과 달리 2층에 일부 매연이 유입됐고, 다른 층은 연기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또 불길이 2층으로 번졌지만 2층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곧바로 작동해 초기에 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오후 4시 37분 화재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4분 뒤 비상 경보령인 대응 1단계, 다시 3분 뒤 대응 2단계로 상향했다. 대응 2단계는 주변 8~14개 소방서에서 51~80대 장비가 동원된다. 화재 빌딩 바로 옆에 분당선 야탑역이 있고 다른 대형 건물들도 인접해 대형 화재로 확산할 수 있다는 신속한 판단에서였다. 이에 야탑119 안전센터를 포함해 성남·광주·용인서부소방서까지 소방관만 248명, 펌프차, 고가 사다리차, 구급차 등 장비가 84대가 신속하게 투입됐다.
빌딩 내 고립된 시민들이 차분하게 소방당국의 대피 지시를 따른 것도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큰 몫을 했다. 화재가 발생한 1층이 화염과 매연에 휩싸이면서 지하 1층 어린이 전용 수영장과 헬스장에서 무려 50명이 고립된 상황이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상황실 근무자들은 건물 도면을 검토해 지하 3층, 5층에 유독가스 등 확산을 막는 제연 설비가 설치된 것을 확인한 뒤 헬스장 이용객 20여명은 지하 3층으로, 어린이 전용 수영장에 있던 30명은 지하 5층으로 차례로 이동시켰다. 이들 모두 이후 소방당국에 안전하게 구조됐다. 소방 관계자는 “이번 화재는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춘 상황에서 신속한 구조대 투입·진압, 시민들의 협조가 기적을 만든 ‘재난대응의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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