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서령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고령서비스-테크 융합전공 교수가 본지와 진행된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출처=경희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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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은 시니어 주택을 생애 마지막 집이라고 생각하고 입소한다. 70세의 신체, 정신 상태가 아니라 입주 20년 후인 90세 노인이 사는 집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결국 노인 주거는 지속가능한 서비스와 환경이 제공돼야 성공 가능 하다.”
주서령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제 25대 한국주거학회 회장)는 국내 시니어 주택 연구의 권위자다. 20여 년간 주거복지서비스, 노인복지주택, 주택정책 및 마케팅 등 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며 정기적인 국제학술대회 개최 및 연구보고서를 출간하고 있다.
다음은 주 교수와의 일문일답.
- 초고령화로 늘어난 수요 대비 시니어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보나.
사회적으로 공급이 시급하다는 인지는 있지만, 정책의 지속성은 떨어진다. 주택은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 최소 2년, 공급부터 분양까지 5~7년이 걸린다. 어떤 정권이든 5년 임기 내에 마무리 하기 어렵고, 정권이 바뀌면 뒤집히거나 중단될 수도 있다. 결국 일관성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모이면 첫번째로 나오는 이야기가 용어의 혼란이다. 셰어하우스가 공유주택이 되는 등 같은 주거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가 계속 바뀌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노인주거 공간을 포괄하는 용어로 제시한 ‘시니어 레지던스’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용어는 화려할 필요가 없다. 모든 국민이 알 수 있는 용어가 법적으로 정립되는 것이 필요하다.
주서령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고령서비스-테크 융합전공 교수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경희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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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정부가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중산층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20년 장기 공공임대 ‘실버스테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10년 임대 사업도 쉽지 않은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노인 주거는 일반 임대주택과 운영 프로그램이 완전히 다르다. 관건은 고령자 특화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인데 정부가 내놓은 방안을 보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적은 것 같다. 리츠 등 자본에 대한 얘기가 90%를 차지한다. 이러면 일반 시장에서 주거 상품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크다. 특히 20년 장기 임대 방식이 유지되기 위해선 지속가능한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 민간 사업자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하이엔드 시니어 주택 공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위소득 이하 시니어를 위한 공급 촉진을 위해선 어떤 방안이 있을까.
민간이 어려움을 겪는 데는 사업성 문제가 크다. 분양형 공급을 폐지한 이후 사업비 조달의 어려움으로 개발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을 지을 대지 확보가 어렵다. 노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거주지에서 케어를 받고 삶을 영위하는 AIP(Aging in Place)를 원하기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공급이 늘어나야 하지만, 적당한 가격의 대지를 찾기가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사업자 참여 유도를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은 부족하다. 일례로 일본은 고령자 주택 관련 법을 제정하고 직접 건설비 지원, 세제 지원, 자금 대출 등 혜택을 통해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우리도 민간이 대지를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권한을 주거나, 싼 값에 땅을 제공하 돼 자산가들에게 공급되지 않도록 가격과 소득기준을 확실하게 통제하는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 민-관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이 있나.
거주자를 위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노인 복지 주택은 이미 실패 사례가 있다. 실버스테이도 처음 시작하는 것인 만큼 현실적으로 부실 운영에 대한 우려가 있다. 임대라도 전세사기 처럼 사업자가 부실한 상태에서 파산을 하면 고령자는 거기서 바로 나와서 이사를 갈 수 없다. 그랬을 때 신탁을 통한 자산보호 방안 등 장기적으로 운영 및 유지되도록 하는 거주자 중심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자금 유동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노인들은 자산이 있지만 보유한 집을 팔지 않고 싶어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월 임대료 100만 원은 연금으로 감당할 수 없고, 자식들이 생활비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주택 연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여러 단점으로 인해 인기가 없다. 그래서 입소한 노인들의 자가 소유율이 꽤 높다. 일본은 거주 주택의 유동화와 노인 주택 입주를 지원하는 전담기구로 사단법인 JTI(Japan Trans-housing Institute)를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는 노인이 집을 다운사이징을 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집을 팔고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고 하면 입주 우선순위를 준다. 이런식으로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활용해서 자기를 스스로 서포트 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
- 시니어 주택 활성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해준다면.
일반 주거의 상당 비율이 고령 가구로 전환되는 것을 가정해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노인 전용 주택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서울 구축 아파트는 이미 4분의 1이 노인 가구다. 노인만 1000가구 사는 주택을 짓기 보다는 기존 아파트에서 편하게 살 수 있도록 AIC(Aging in Community) 즉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다. 미국 시카고에선 시니어 주택 1층에 도서관을 함께 설치해 노인 주거와 지역에 도움이 되는 시설을 묶어서 공급하는 ‘도서관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이처럼 공가 세대를 지역이 필요한 도서관, 보건소 등으로 활용하는 등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시설로 융통성 있게 공급하면서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 서비스 비용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 주거는 임대료만 있으면 되지만, 노인 주거는 생활 지원 서비스 비용이 들어간다.임대료가 80만 원이면 20만 원은 서비스 비용으로 보장해줘야 지속가능성이 있다. 시니어 주택에서 거주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서비스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얘기한다. 당신이 참여하지 않는 프로그램 운영비를 내고 싶지 않다는 이유다. 이러면 운영자는 건실한 운영을 할 수 없다. 운영자만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도 입소시 서비스에 대한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운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주서령 경희대학교 주거환경학과 BK고령서비스-테크 융합전공 교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Pratt Institute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시아 지역 주거연구의 독자성과 전문성 정립을 위해 설립한 ‘ARCH(동남아시아주거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제 25대 한국주거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 혁신자문단,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국방부특별건설기술 심의위원, 법원행정처 건축분야 전문심리위원,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PM) 등을 지냈다.
[이투데이/한진리 기자 (truth@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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