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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이런게 배째라식 횡포다”…가짜 오리털 패딩 만들고, 팔고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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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후아유, 패딩 거위털 함량 기준치 미달 확인
무신사 입점 브랜드도 다운 패딩 충전재 소재 논란
무신사 “시험성적서 제출 의무화·‘삼진아웃제’ 도입”
이커머스, 문제 터져도 법상 책임 회피 쉽다는 지적도


매일경제

5일 판매가 중단된 후아유 ‘구스 다운 점퍼’ 판매 페이지(왼쪽), 문제가 된 구스다운 점퍼의 충전재 비율 표기.[사진=이랜드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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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업계가 패딩 충전재 비율 등 제품 정보를 허위로 표기한 사실이 드러나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거위 솜털 80%를 충전재로 쓴 ‘구스패딩’이라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오리털, 혹은 솜 등을 넣은 패딩을 제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 계열 패션 브랜드 후아유의 한 구스 다운(거위 솜털) 점퍼 제품은 거위 털 80%를 충전재로 사용했다고 명기한 것과 달리 거위 털 30%와 오리털 70%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은 이랜드 공식몰에서 해당 상품을 구매한 한 소비자가 충전재 위탁검사를 요청하는 문의를 남기면서 시작됐다. 안쪽 택의 스티커를 제거했더니 충전재가 폴리에스터 100%라고 기재돼있었다는 게 소비자의 주장이다.

이랜드 측에서 조사한 결과 폴리소재 충전재가 들어가지는 않았으나 위털의 비율이 당초 표기된 80%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30%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머지 소재는 오리털 70%가 쓰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다운 표기를 하려면 제품의 솜털 비율이 75% 이상이어야 한다.

후아유는 현재 문제가 된 제품 판매를 즉시 중단했고 현재 유통 중인 제품 전량에 대해 회수 조치를 진행 중이다. 회수된 상품은 즉시 전량 폐기할 방침이다.

후아유는 또 문제가 된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반품 시 구매 금액 100%를 환불하고 구매 금액만큼 즉시 쓸 수 있는 후아유 공식 홈페이지 마일리지도 추가로 지급할 방침이다.

이랜드 측은 “해외 현지 파트너사의 품질 보증만을 신뢰하고 자체적인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원자재 수급부터 최종 제품 출하까지 전 과정에 걸쳐 품질 검증을 강화하고 반복적인 검수 절차를 추가해 보다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들의 다운 패딩들도 충전재 소재를 놓고 도마 위에 올랐다.

무신사 입점사인 인템포무드는 최근 상품 정보에 기재된 패딩 충전재 혼용률이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 구입 고객을 대상으로 전액 환불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내 패션 브랜드인 라퍼지스토어도 덕다운(오리털) 아르틱 후드 패딩 등의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밝혀져 오는 4월 1일부로 무신사와 29CM에서 퇴점한다.

문제가 된 상품은 상품 정보에 충전재로 솜털 80%를 사용했다고 기재했으나 실제 사용률은 약 3%에 불과했다.

무신사는 재발 방지를 위해 입점 브랜드 중 ‘다운’과 ‘캐시미어’를 활용한 제품을 중심으로 혼용률 상세 정보 집중조사에 착수했다. 이달말까지 국내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아 제출한 곳에 한해서만 판매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무신사는 혼용률을 조작하거나 오기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대상 상품군의 상세 정보를 수시로 점검하고 세 번 적발되면 퇴출하는 ‘삼진아웃’ 정책을 시행한다.

연이어 터진 패딩 충전재 논란 관련 업계에서는 “곪은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해외 위주로 제품을 생산하는 의류업계 관례상 품질 관리에 구멍이 나기 쉽다”며 “시스템 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원천 봉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수 대기업에서도 동남아 등 해외 현지 파트너사에 제품 생산을 맡기고 있다. 100% 국내 자체으로 제품을 생산할 경우 단가를 맞추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품질 관리에 구멍이 나기 쉽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러 브랜드가 입점한 이커머스의 경우 판매 책임을 피하기 쉬운 상황이다.

전자상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제20조(통신판매중개자의의무와책임) 등에 따르면 통신판매 중개자는 자신이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알기 쉽게 고지만 하면 판매자 고의 또는 과실로 소비자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대해 연대해 배상할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플랫폼을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의 손실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다운 패딩 소재 문제로 무신사에서 판매가 중단된 제품의 경우에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11번가 등 오픈마켓 플랫폼에서는 버젓이 판매 중이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법적 의무 뒤에 숨지 않고 고객 피해 회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중개 업체 의무 이상의 제도를 확립하고 안전한 온라인 쇼핑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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