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아사드 정권 몰락하며 저항의 축 흔들
경제위기와 시민 저항 계속되며 정치적 불안정 지속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이 6일 (현지시간) 테헤란에 있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성지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4.07.0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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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중동 내 우군을 다수 잃은 이란이 과거보다 고립되고 취약해진 상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기를 맞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지난해 친이란 무장 정파인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의 수장이 이스라엘에 제거당하고 연말에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까지 반군에 축출되면서 중동 내 이른바 '저항의 축'이 크게 흔들렸다.
또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이란 정권은 국민들의 지지까지 잃었다고 WSJ은 지적했다. 전력 부족으로 정부 기관과 학교들이 폐쇄되고 제조 공장 수십 곳이 멈췄다.
경제 심리의 지표인 이란 화폐 리알화 가치는 1달러당 환율이 82만1500리알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초보다 40% 하락한 수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또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본격화된 2012년 이후 약 45% 감소한 4465.60달러를 기록했다.
경제 문제가 심각해지자 반정부 시위는 시민사회에서 산업계까지 번져 나갔다. 간호사와 통신업계 종사자들은 임금 지급 지연에 항의했고 은퇴한 교사들도 연금 지급 지연에 분노하며 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란의 최대 외화 수입원인 원유 분야에서도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대형 생산시설 중 하나인 아바단 석유화학 공장 근로자들은 3개월 임금 체불에 항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힘든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망했다.
영국의 국제문제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연구소장은 WSJ에 "아마 이란 지도부는 수년 만에 가장 심각한 도전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라며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면서 이란이 서방과 타협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사회 개혁과 경제 부흥, 서방과의 대화 등을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그에 대한 이란인들의 기대는 무너졌다고 WSJ은 평가했다.
대내외적인 좌절을 잇따라 겪은 이란이 억지력 회복을 명목으로 핵 프로그램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3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신년 전야 행사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25.01.02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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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달간 이란 관리들은 핵 능력을 강화할지, 20년간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공약을 이행할지를 놓고 논의 중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권 인수 팀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공습까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대화 신호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3일 중국중앙TV(CCTV)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이 새 협정을 끌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즉시 핵 프로그램에 관해 건설적인 협상을 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이란에 부과된 제재를 언급하면서 "최대 압박 1.0 정책은 최대 저항을 유도했고 미국에는 최대 패배로 끝났다"고 주장하며 "증거는 미국의 최대 압박 이후 이란의 핵 프로그램 발전 수준을 보면 된다"고 말했다.
WSJ는 양측이 협상에 도달하려면 양측이 모두 악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진영이 이란에 더 강경한 건 지난해 11월 미국 법무부가 이란 요원들의 트럼프 암살 시도 사실을 공개하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메네이는 2020년 트럼프가 암살을 명령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자주 언급한다.
이란은 오는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3개국과 핵 문제 관련 회담을 열 예정이다.
바킬은 "이란 정권이 협상에 몰두해 트럼프가 원하는 걸 끌어낼 아주 작은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트럼프 진영은 아직 타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 있다. 이란에는 앞으로 훨씬 더 많은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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