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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운명의 날' 앞둔 고려아연…풀리지 않은 '최윤범 의혹' 영향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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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걸친 첨예한 공방전 끝 임시 주총 앞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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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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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한림 기자] 100만원대 주가를 넘나든 맞불 공개매수, 주말을 잊은 장외 여론전, 하루가 멀다고 주장과 반박을 주고받던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첨예한 대립이 4개월간 이어진 공방 끝에 '운명의 날'을 앞두고 있다. 75년간 이어진 영풍그룹 장 씨와 최 씨일가의 동업 관계는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주총)를 통해 막을 내릴 전망이다. 특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둘러싼 투자 의혹과 도덕성 논란은 주주들의 우려를 키우는 요소이자 주주총회에서 변수로 작용할 요인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들은 분쟁을 지켜보는 주주나 시장 참여자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양측의 앞선 해명과 반박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각종 투자 의혹은 물론 분쟁 기간을 관통하던 사익편취, 자기보전,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도덕성 결여로 귀결된 부정적 키워드들이 여전히 입에 오르내린다.

맞불 공개매수 과정에서 질타를 받고 철회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도 주주 신뢰를 어긴 무리한 경영 행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최 회장은 주총 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단기 전략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관전포인트는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좁혀졌다. 최 씨일가 측 주주인 유미개발이 주주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영풍 장 씨일가 측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양측은 서로가 소수주주 권익을 헤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 주주명부가 폐쇄됐고, 양측이 더 이상 물리적으로 지분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최후의 변론 역시 그간 공방전처럼 '주장을 위한 주장, 반박을 위한 반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8월 최윤범 회장을 주축으로 한 고려아연 이사회가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자, 장형진 영풍 고문을 중심으로 한 최대주주 영풍이 다음 달인 9월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협업을 결정하면서 서막을 열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 고려아연은 장 씨와 최 씨일가가 번갈아가면서 회장을 맡은 그룹 경영방침과 달리 최대주주는 장 씨일가가, 경영은 최 씨일가가 하던 구조로 운영됐다. 다만 2019년 회장에 오른 최 씨일가 오너 3세인 최윤범 회장 취임 후 주주와 경영진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취임 후 신사업 추진에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자사주를 활용한 외부 투자를 적극 단행했으며, 다른 기업 자사주와 맞교환하는 형태로 유수의 대기업과 손을 잡으면서 꾸준히 영향력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주주 지분을 희석하는 유상증자도 단행됐으며 차입 규모 역시 확대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장 씨일가는 최대주주로써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이 점차 약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최 회장의 연이은 투자와 우군 확보 행위가 결국 최 씨일가의 홀로서기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것을 단정하고 공개매수를 통한 분쟁을 일으킨 셈이다. 최 회장 측도 물러서지 않고 공개매수 가격을 영풍·MBK파트너스 연합보다 더욱 올리면서 맞불 공개매수를 놨다. 주특기인 자사주 활용도 빼놓지 않으면서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고려아연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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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해 11월 4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공공도서관 부지에서 열린 서울시립 김병주도서관 착공식에 참석해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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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풍·MBK, 고려아연 투자 사례 주목…분쟁 관통한 '최윤범 도덕성' 살펴보니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양측이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확보 경쟁을 이어가다 보니 가격 경쟁 양상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표면적 방법보다는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도덕성을 관철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그간 최 회장이 투자했던 사례와 경영 과정을 실패 사례를 중심으로 조목조목 따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올린 MBK파트너스가 '최윤범의 투자 의혹'으로 명명한 고려아연의 투자 사례들도 이때부터 수면위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 회장의 원아시아파트너스(원아시아) 투자다. 최 회장은 중학교 동창인 지창배 회장이 설립한 원아시아에 펀드 출자방식으로 약 6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는 원아시아의 전체 운용자금 중 90% 수준으로 사실상 고려아연 한 회사의 자금으로 운용돼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 회장이 거액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던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여전히 나돌고 있다.

또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지원을 받은 원아시아 펀드들의 사용처가 고려아연이 하는 사업들과는 거리가 먼 엔터테인먼트 쪽에 투자된 것에 주목했다. 이 중 가장 많은 출자금(1112억원)이 들어간 '하바나1호' 펀드는 지난 2022년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됐다는 지적도 받았다. 950억원가량이 투입된 '코리아그로쓰제1호' 펀드 역시 한예슬, 조여정 등 연예인이 소속된 높은엔터테인먼트를 소유한 아크미디어를 인수하는 과정에 사용됐다. 이와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 회장을 둘러싼 비도덕적인 소문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폐전자제품 재활용업체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역시 마찬가지다. 고려아연은 2022년 신사업 투자 명목으로 이그니오홀딩스를 5819억원에 인수했으나, 4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아크미디어도 지난해 적자 전환된 상태다.

MBK파트너스는 이러한 최 회장의 투자들의 의도가 분명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명목은 신사업 투자지만 지인 회사에 회삿돈을 투자하면서 이사회 결의도 없이 진행한 것은 도덕성이 결여된 행위이며, 투자 역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원아시아의 투자의 경우 1378억원의 손실을 기록 중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고려아연의 전체 투자금의 24.8%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주장한 최 회장 측의 투자 실패 사례가 고려아연의 미래 주주가치를 떨어뜨린다는 평가도 일부 나오기 시작했다. 주가에 따른 기업가치 척도는 맞불 공개매수로 변동성이 확대된 시점에서 해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경영권 분쟁 후 지배력이 강화되는 쪽이 현 경영진인 최 회장 측이라면 고려아연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해석이었다.

◆ 고려아연 "밸류체인 구축 과정일 뿐…MBK는 투기 자본"

최 회장 측도 이에 질세라 MBK파트너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시장의 일부 부정적인 평가를 일축했다. 우선 이그니오홀딩스는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신사업 중 하나인 친환경 동 생산을 위한 투자이며, 적자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기 단계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원아시아 투자 역시 사내 유보금을 활용한 투자로, 펀드 중 일부는 수익을 내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 외 손실을 본 펀드들은 투자금 회수 등을 통해 규모를 줄였고,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연루된 펀드 또한 원아시아와 협의해 청산했다는 설명이다. 손실 규모는 700~800억원 수준으로, MBK파트너스가 주장한 손실 규모와 다르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MBK파트너스를 투기, 중국 자본으로 명명하면서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은 외국에 뺏겨서는 안 된다며 주주에 호소했다. MBK파트너스의 그간 투자 사례는 물론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의 고려아연 관련 비밀유지계약(NDA) 위반 의혹 등을 역시 도덕성 결여로 부각하면서 영풍 장 씨일가와 MBK파트너스를 견제했다.

MBK파트너스 역시 가만있진 않았다. 바이 아웃 부문과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부문은 '차이니스 월'로 구분돼 내부 정보 교류 자체가 엄격하게 차단돼 있어 NDA 위반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에 대한 투자와 주요 결정 또한 외국 자본이 아닌 MBK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의 최대 주주이자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대표이사인 김광일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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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은 오는 23일 임시 주총을 열고 신규 안건들을 처리할 예정이다. /고려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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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수' 유상증자 후폭풍…그리고 집중투표제

의혹들이 겹겹이 쌓이는 사이 양측의 공개매수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임시 주총을 통해 표 대결을 남겨두고 있다. 지분율로만 보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40%를 넘기면서 최대 35%대의 최 회장 측보다 유리한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고자 최 회장은 집중투표제를 꺼내 들었고,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을 금지하는 가처분까지 내면서 끝까지 결말을 가늠하기 어려운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 직후 꺼냈다가 뭇매를 맞고 철회한 유상증자의 후폭풍이 여전히 남아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당시 고려아연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했으나,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 당국의 조사까지 받으면서 '최악의 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독립 투자 리서치 플랫폼 스마트카르마나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전문가들도 비판에 동조했다. 이중 스마트카르마는 '유상증자 계획은 최악의 코리아디스카운트 사례를 선보인다'는 제목의 보고서까지 내놓으면서 시장 우려에 동참하기도 했다.

더글라스 킴 애널리스트는 "고려아연 유상증자 결정은 최악의 코리아디스카운트 사례이다. 향후 몇 주간 유상증자 결정이 고려아연의 주가에 부정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많은 투자자들이 이 유상증자가 고려아연에 대한 자신들의 주권을 심각하게 희석시킬 것이기에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최 회장이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여론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한 자사주는 주총에서 힘이 될 의결권이 없고, MBK 파트너스·영풍 연합과 지분 격차도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선택이라는 평가도 있었으나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아울러 주총까지 오게 된 상황에서 최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 카드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현 고려아연 주주 보유 지분을 고려할 때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주주는 1, 2대 주주 선으로 한정될 수 있어서다. 결국 소수주주가 추천한 이사 후보는 이사가 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해석이다.

MBK파트너스 역시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나 이번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는 것은 허울 좋은 명분일 뿐 최 회장 개인의 자리보전용 수단이 명백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이번 임시 주총에 상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기도 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같이 일부 주주에게 주식이 집중된 구조에서 집중투표제는 일반 소수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작동되기 어렵다"며 "이사회가 1대주주와 2대주주의 후보자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최 회장 일가와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이유는 단 하나, 최 회장 자리보전용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다만 고려아연 측은 "소수주주를 비롯해 일반주주가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MBK파트너스·영풍 등 지배주주 입맛대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에 제동을 걸 수 있고, 전체 주주 이익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소액주주 연대는 고려아연의 이번 집중투표제가 신뢰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준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결국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풀리지 않은 의혹들을 그대로 남겨둔 채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판단 등에 막을 내릴 전망이다. 표면적으로는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이 40.97%로, 우군을 포함해 33~34%로 추산되는 고려아연에 앞서고 있다.

최 회장 측보다 지분율이 앞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등 14명을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안건을 올리는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고려아연 임시 주총은 오는 23일 열린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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