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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이슈 미술의 세계

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 “새 앨범 ‘이터널’은 가장 나다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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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 김재우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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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피아니스트 이선지 호원대 실용음악과 교수에게 음악은 늘 도전이었다. 애초 불문학을 전공한 비 전공자였지만, 음악에 대한 열망은 그를 결국 재즈 연주자의 길로 이끌었다. 서울예대와 동덕여대 대학원,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재즈를 전공한 그는 2008년 귀국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재즈신에서 보기 드문 장대한 스케일의 곡을 추구하는 이 교수는 ‘국경의 밤’(2014)과 ‘송 오브 에이프릴’(2018)로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을 수상하며 단번에 주목받는 음악인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9월 ‘이터널’, ‘어 나이트’, ‘홈’ 등 9곡이 담긴 7번째 정규앨범 ‘이터널’을 발표한 이 교수는 강렬한 하드록 사운드를 재즈에 접목하는 또 하나의 도전을 시도했다. 지난달 22일 음반 쇼케이스를 마친 그를 지난 3일 서울 연희동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발표한 ‘이터널’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앨범이다. 대중적인 스탠더드 곡을 불러도 외면받는 한국 재즈음악계에서 이토록 도전적인 사운드가 담긴 앨범은 찾기 힘들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 트럼펫, 기타로 구성된 퀸텟 밴드가 뿜어내는 사운드의 에너지가 앨범 전체에 충만하다. 특히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이터널’은 곡 후반부 강렬한 록 사운드의 기타와 신시사이저 연주가 어우러지며 청자의 카타르시스를 끌어낸다. 재즈 기타의 거장 팻 메시니가 1982년 발표한 앨범 ‘오프램프’가 연상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당시 이 앨범은 세계 최초로 기타를 신시사이저에 접목한 혁신적인 사운드를 내세우며 전세계 재즈 팬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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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22일 서울 마포구 서보미술공간 서울에서 열린 이선지 7집 ‘이터널’ 쇼케이스. 이선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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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메시니는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 가운데 하나죠. 그의 광활한 음악적 세계관이 담긴 ‘오프램프’ 앨범은 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앨범이에요.” 팻 메시니 얘기를 꺼내자 그가 반색하며 말했다.



이번 앨범에 다양한 음악 장르의 요소를 가져와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포스트록 사운드를 도입한 배경이 궁금했다. 학창 시절 록을 즐겨들었지만, 2015년 교수가 된 이후 록 음악을 하는 제자들과 교류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재즈에 비해 록은 화성 쪽으로 간단하지만, 감정을 끌어내는데 일렉트릭 기타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며 “좋아하게 되면 뭐든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에 집중적으로 록 사운드와 전자음악을 탐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나온 앨범은 그가 “가장 나답다”는 자평을 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탄생했다. “전에는 애써 콘셉트를 잡고 무언가를 끄집어내려고 했지만 이번 앨범은 정말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그는 앨범을 발표한 뒤 본인이 직접 포털에 스토어를 개설해 시디를 판매할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



‘이터널’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자신의 감정을 포착하면서 콘셉트를 잡았다. 이 교수는 “이터널(영원한)이라고 해서 심오하거나 종교적인 의미는 아니다. 일상에서 휘발되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표현했다”며 “첫번째 트랙 ‘기빙’은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 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9번째 마지막 트랙 ‘홈’은 언제나 나를 감싸 안아주는 가족과 집이 연상되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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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지 7집 ‘이터널’. 이선지 제공


지난달 22일 그는 서울 마포구 서보미술문화공간 서울에서 앨범 쇼케이스를 열었다. ‘국경의 밤’을 발표할 때는 대림미술관에서 행사를 가졌다. “미술도 좋지만 미술관이란 공간 자체를 좋아해요. 층고가 높고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클럽에서도 공연할 수 있지만, 제 음악하고 잘 어울리는 공간이 미술관이에요.” 그는 “1년에 한 번 정도는 미술관과 협업해 공연을 펼치는 프로젝트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 재즈계에 대한 고민도 나눴다. 지금은 힘든 게 사실이지만 미래가 아주 어둡지는 않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실용음악과에 입학하는 학생들 가운데 10%가 재즈를 전공한다. 이 10%의 학생들이 굉장히 실력이 좋기 때문에 꾸준하게 배출되면 선순환을 가져 올 수 있다”며 “일반 대중들과 접점을 찾는 다양한 공연과 음악감상회 등을 늘려나가면 재즈도 충분히 인기 장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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