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의 한 어린이병원을 찾은 어린이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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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쌍둥이를 키우는 30대 이모씨는 최근 아이들이 고열에 시달려 밤잠을 설쳤다. 병원에서 독감(인플루엔자) 검사를 한 결과 음성이 나왔지만, 해열제를 처방받고도 혹시 '가짜 음성'이진 않을지 이씨는 걱정을 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1회 3만원에 달하는 독감 검사를 반복해서 받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씨는 "아이 3명만 검사하는데도 거의 10만원이 나간다"며 "코로나19처럼 독감도 자가검사 키트가 있다고 하는데 약국에서 팔지 않더라"고 씁쓸해했다.
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2~28일(2024년 52주차)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73.9명으로 3주 전(49주차, 7.3명)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국내 독감은 초·중·고교 등 학령기 아동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시작해 향후 중장년층으로 확산하면 심뇌혈관질환 등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감(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추이/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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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이 역대급 유행하면서 1회당 2만5000~3만원의 검사비도 일부 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처럼 독감 자가검사 키트를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고개를 든다. 현재는 체외진단의료기기법 상 독감 자가진단 키트는 모두 '전문가용'으로 병원이나 의료기기 판매 업체만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이를 구매해 사용할 경우 '불법'이다.
독감 키트는 비용이 개당 3000~5000원 정도로 저렴하고, 사용법도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와 동일한 방식으로 어렵지 않다. 일부는 온라인상에 판매되고 있어 접근성도 우수하다. 일반인들도 코로나19처럼 독감도 자가 검사가 가능하다고 아는 사람이 많다. 실제 구매 후기를 보면 "독감 의심될 때마다 병원 가기엔 비싸서 가족이 나누려고 샀다" "코로나와 독감 진단키트는 이제 가정 필수품"과 같이 일반인이 구매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확인된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독감 자가검사 키트들. 일반인이 이를 구매해 사용하면 불법이다./사진=네이버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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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정모(40)씨는 "학생이나 직장인이 시간을 따로 빼서 검사받으러 가기도 힘들고, 만일 음성이 나오면 병결이나 병가 처리도 못 받는다"며 "코로나19처럼 자가 진단키트로 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병원에 가서 처방받는 게 시간도, 비용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독감 자가검사 키트를 일반인에게 풀 생각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독감은 의사의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일반인이 직접 사용할 때 자칫 양성인데 음성으로 오인해 치료 지연 등 방역 체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며 "일반인 사용 허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국내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해외도 일반인에게 독감 자가검사 키트 사용을 허가한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인데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비상 상황이라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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