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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사설]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제외, 전혀 논쟁할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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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1월 2일 신임 재판관 취임식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복형·정정미·이미선 헌법재판관, 조한창 신임 헌법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정계선 신임 헌법재판관, 김형두·정형식 헌법재판관이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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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고 밝히자, 국민의힘이 탄핵소추안을 다시 작성해 국회에서 재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12·3 계엄령 선포 행위의 헌법 위반 여부만으로 충분히 결정할 수 있기에 굳이 형법으로 따지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이를 과대 해석해 탄핵소추의결서의 원천 무효를 강변하는 것이다. 이처럼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내란 수사와 탄핵소추를 늦추거나 무효화시키려고 애쓰는데, 어떻게 ‘내란옹호당’이란 지적이 사라지겠는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대통령 탄핵소추문 핵심인 내란 혐의를 탄핵 사유에서 제외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찐빵 없는 찐빵”이라며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문을 각하하고, 제대로 된 소추문으로 국회 재의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탄핵소추를 이끌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고위 공직자가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절차다. 고위 공직자의 헌법 침해로부터 헌법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재판 제도이므로, 위헌 여부가 핵심이다. 국회 탄핵소추단이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투지 않겠다고 밝힌 건 12·3 계엄 선포 행위 자체를 소추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게 아니다. 이를 내란으로 보느냐는 형사법정에서 다루게 되므로,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심판에선 헌법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따지겠다는 것이다. 탄핵심판의 원고인 국회가 헌재 탄핵심판을 앞두고 미리 쟁점을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를 받아들일지는 헌재가 결정한다. 이에 대해 “명문 규정이 없고 재판부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게 헌재 공식 입장이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탄핵소추의결서 재의결 없이 쟁점을 정리한 바 있다. 당시 국회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 강요죄 등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선 따지지 않고 위헌 여부만 밝히겠다고 탄핵 사유서를 재정리했다. 그때 소추위원단장이 권성동 원내대표였다. 권 원내대표는 당시에는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는 헌법재판 대상이 아니라 형사재판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본인이 했던 말과 행동을 그새 잊은 것인가, 아니면 지금 탄핵심판을 무산시키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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