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
새해벽두인 1월 3일 새벽 공수처는 대통령 신병을 확보한다며 경호처와 팽팽하게 대치했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서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뺀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공수처의 경호처와의 대치는 '탄핵소추안 변경'을 위한 '성동격서' 쇼였던 것이다. 엄중한 시기에 타락의 극치를 보여준 이 제안은 누가 한 것인가.
헌법재판소 '2차 준비기일'에 국회 측 대리인의 발언, 즉 "헌법재판의 성격에 맞는 주장이 이뤄지기 위함이고, 그것이 재판부가 저희에게 권유하신 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헌재가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뺄 것을 권유했고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한 것으로 유추된다. 헌재는 6일 "(권유를 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가 민주당과의 유착을 의심받는 것은 민주당의 '헌재 권유' 발언 때문만은 아니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서에서 가장 핵심적 내용인 '내란죄'를 빼겠다고 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간단축'일 것이다. 내란죄를 빼면 헌재 심리 절차를 크게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의 시계'가 빨리 돌아가면 이재명 대표의 재판 일정에 앞서 헌재 심리를 끝낼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발 빠르게 '조기대선'으로 가면 이재명의 각종 범죄 혐의를 덮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의 희망사항이다. 현재 효력을 발휘하는 탄핵소추안은 2024년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04표로 가결된 것이다. 탄핵소추안에는 '적법하지 않은 비상계엄'이 탄핵 사유로 엄연히 적시되어 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선포 = 내란죄' 프레임으로 윤 대통령을 '내란수괴', 국민의힘을 '내란잔당'으로 국민을 선동해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내란죄를 핵심으로 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기 때문에, 내란죄가 삭제되면 헌재의 탄핵 심리는 중단되어야 한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내란죄를 빼면 '계엄의 위헌 여부'만으로 탄핵심리를 해야 한다. 비상계엄은 헌법이 인정한 대통령의 비상대권이기 때문에 계엄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것은, 헌법 질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탄핵은 기각돼야 하고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 민주당은 외통수에 걸린 것이다. 이게 아니라면 민주당은 작년 12월 14일 이전으로 돌아가 탄핵심판을 재의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내란죄를 빼내' 형사법정에서 따로 논의하자고 한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한다.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이를 분리하자는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의회권력에 취해 자신의 정치행태가 '의회폭력'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왕 탄핵소추된 것 '탄핵소추안을 조금 변경한다'고 뭐가 문제냐고 물을 태세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는 형법 재판으로 분리해 다루면 될 뿐,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라는 사실관계는 동일해 기존 소추사유에는 변함이 없다는 주장이다. 편의적 사고의 극치다. '갈비 없는 갈비탕'을 판 사람은 마땅히 요금을 환불해 줘야 한다.
헌재가 더 큰 문제다. 헌재는 '탄핵인용'에 대한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빼라"는 의견을 소추인에게 전달한 것은 헌재의 치명적 타락이다. 축구로 치면 '심판이 선수와 같이 뛰는 격'이다. 아니면 '전반전에서 이겼으니 후반전 하지 말고 경기 끝내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헌재의 타락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헌재는 지난 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검찰·경찰·국방부 등의 수사기록에 대한 국회 측 기록인증등본 송부 신청을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 측은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재법 36조 1항에 근거해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기록에는 검증 안 된 추측성 '카더라'와 회유에 따른 원하는 대로 해준 발언들이 포함되어 있다. 수사기록으로 탄핵을 심리하는 것은 '증거 입증책임'을 청구인(국회)이 아닌 피청구인(윤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으로 헌재가 청구인 편을 든 것과 다를 바 없다.
민주당은 탄핵인용을 따논 당상으로 여기고 헌재심리를 요식행위로 여기는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시킨 근거는 박 대통령이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중대한 '위헌 행위'를 했다는 게 아니었다. 최순실과의 경제공동체 그리고 이재용의 암묵적 청탁은 지나가는 말이었다. '인용 결론'을 미리 내놓고 심리를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8년 전과 상황이 180도 변했다. 정치의 지형지물이 변했다. 권력은 지키려는 노력이 치열한 자가 지키는 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몰고 간 반국가세력"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최근 윤석열에 대한 지지도가 계엄 이전보다 오히려 더 올라가 12·3 계엄사태 이후 11%에서 처음으로 40%를 돌파해 거의 4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일반 시민들의 계엄선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풍찬노숙하면서 '한남동 관저'를 지킨 것은 젊은 세대였다. 헌재가 법리와 양심에서 이탈해 진영논리에 함몰되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물결과 바람 그리고 시간'은 '정의로운 대한민국' 편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