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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도수치료 최고가 50만 원, 최저가 8000원···부르는 게 값인 비급여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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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360만 원 가격 차
이용자 대부분 ‘가격 문제 있다’, ‘가격 통제 찬성’
지난해 연간 비급여 진료비 22조6,425억 원 추정
의무보고 항목 외 비급여 실태는 파악조차 안 돼
한국일보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인 도수치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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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진료비 100%를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진료인 도수치료 가격이 의료기관별로 최대 62.5배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척추뼈 사이로 약물 주입해 염증을 완화하거나 유착된 신경을 풀어주는 시술)은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가 360만 원에 달했다.

보건당국이 지난해 전체 의료기관으로부터 보고받은 비급여 진료 1,000여 개 항목의 연간 진료비 규모도 무려 22조6,425억 원으로 추정됐다. 비급여 진료가 정부 통제권 밖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다. 정부는 비급여 실손보험 개혁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병원 돈벌이 수단 전락한 비급여 진료


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9월 공개한 비급여 진료 자료를 토대로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척추-요천추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슬관절 MRI 등 진료비 규모 상위 5개 항목에 대한 가격 차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급이었고, 의원급은 당시 비급여 가격 공개 대상이 아니어서 분석 자료에서 제외됐다.

비급여 진료는 가격을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특히 빈도가 잦은 비급여 진료 항목은 중증환자가 많은 상급종합병원보다는 경증환자와 만성질환자가 찾는 병원급에서 가격이 높았고 기관별 가격 차이도 합리적 수준을 크게 벗어났다. 비급여 진료가 병원들의 주요 돈벌이 수단이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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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 비교.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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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진료 중 총진료비 규모가 가장 큰 도수치료의 경우, 병원급 최고가는 50만 원으로 최저가 8,000원에 비해 무려 62.5배 비쌌다. 종합병원은 최고가 40만 원, 최저가 1만3,000원으로 최대 최소 가격비가 30.8배였고, 상급종합병원은 각각 20만4,000원, 3만4,800원으로 5.9배 차이 났다. 금액 격차가 가장 큰 진료는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이었다. 병원급에서 최고가 380만 원, 최저가 20만 원으로 가격 차이가 무려 360만 원(19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요천추 MRI는 병원급보다 종합병원에서 주로 시행되는데 최대 최소 가격이 각각 93만7,000원, 30만7,310원으로 63만390원(3.1배) 차이를 보였고, 슬관절 MRI도 역시 종합병원에서 최고가(103만5,000원)가 최저가(26만1,670원)에 비해 4배(77만3,330원) 높았다.

이용자들은 충분한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 경실련이 지난해 비급여 진료 이용자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분의 2는 ‘비급여 진료 내용과 가격에 대해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거나 사후에 간략하게 통보받았다’고 답했다. 10명 중 9명(89%)은 ‘비급여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84%는 ‘가격 통제’에 찬성했다. ‘정부가 비급여 권장 가격을 제공할 경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답변도 87%로 매우 높았다.

2024년 비급여 진료비 22.6조 원 추정


지난해 전체 비급여 진료비 규모 추정치도 연간 22조를 훌쩍 넘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원급을 포함한 전체 의료기관으로부터 지난해 3월 한 달간 비급여 진료 현황을 보고받아 분석한 결과 1,068개 항목 전체 진료비는 월 1조8,869억 원으로 집계됐다.

치과와 한의과를 제외한 의과 분야에 진료비 상위 5개 항목은 도수치료(1,208억 원, 13.0%), 체외충격파치료(700억 원, 7.5%), 1인실 상급병실료(523억 원, 5.6%), 영양주사(479억 원, 5.2%), 척추-요천추 MRI(244억 원, 2.6%)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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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 비급여 진료비 상위 5개 항목.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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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기준 비급여 진료비를 연간 규모로 환산하면 22조6,425억 원에 달했다. 환자부담이나 실손보험 적자 문제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부분이다. 의무 보고 대상 항목 외에 비급여 진료 실태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실제 시장 규모는 몇 배에 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경실련은 △비급여 전체 보고 의무화, 명칭 표준화 및 목록 정비 △진료비 정보 공개 △비급여 표준가격제 또는 가격상한제 도입 △신규 비급여 정부 승인 등을 촉구했다.

정부는 비급여 항목별 가격 및 총진료비, 비급여 의료행위의 안전성·유효성 평가 결과 등을 제공하는 ‘비급여 통합 포털’을 이달 말 개설한다.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 관리 방안과 실손보험 개혁안도 9일 공청회를 거쳐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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