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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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은 이미 2년 전에 마쳤어요. 어쩌면 여름 개봉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참 묘하더라고요. 이런 시국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으니까요. 오늘 자고 일어나면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하루 앞을 모르는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 영화가 나와서 묘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네요."
영화 '하얼빈'은 혼란스러운 현재 시국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영화라고 평가받고 있다. 독립군 이창섭 역을 맡은 이동욱은 '하얼빈'에 담긴 시의성 있는 메시지를 이같이 되짚었다. 그는 "영화에서 '이 나라는 어리석은 지도자들이 이끌지만 늘 국민의 힘으로 이겨낸다'는 대사가 나오지 않나.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약 500년 전, 이토 히로부미가 있었던 약 100년 전, 그리고 지금. 역사가 그렇게 반복되는 게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하지만 "그걸 이겨낸 국민들의 저력이 있었다. 그런 DNA가 있다고 하는 게 서글픈 얘기일 수도 있겠다. 이번에도 잘 이겨내고 나라가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털어놨다.
'하얼빈' 스틸. / 사진제공=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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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이 이같이 얘기한 건 '하얼빈'이 나라를 되찾으려 한 독립 운동가들의 투지와 희생을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얼빈'은 1909년 하얼빈역에서 안중근(현빈 분)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의거에 이르기까지 안중근과 동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혼란스러운 시국을 맞은 국민의 자세와 올바른 리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이동욱은 특별 출연으로 함께했지만 작품에 임하는 자세만은 주인공 못지 않았다.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땐 분량이 많지 않다고 느꼈어요. 제 할 몫만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촬영에서 '나 왜 이렇게 많이 촬영하지' 싶었어요. 하하. 광주에서 신아산 전투신을 찍었는데, 21일 가까이 광주에 머물렀어요. 원래는 일주일을 예상했는데 당시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대기 시간이 길어졌죠. 덕분에 스태프들, 배우들과 더 친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하얼빈' 스틸. / 사진제공=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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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은 '하얼빈'을 함께한 동료 현빈의 진중한 면모를 칭찬했다. 극 중 안중근과 이창섭은 독립을 해나가려는 방식에는 사뭇 차이가 있지만, 독립을 향한 투지만은 같은 마음이다. 이동욱은 "현빈이 현장에 임하는 태도, 방식 등이 궁금했다"며 "역할, 영화의 무게감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진지하고 진중했다. 영화 타이틀롤로서 리더십도 있었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든든했다"고 말했다.
"가만히 앉아서 둘이 대화하는 장면이 있어요. 즉흥적으로 감독님과 만든 신이라 '어떨지 잘 모르겠다' 싶더라고요. 사전에 '어떻게 할까' 얘기할 새도 없이 촬영에 들어갔죠.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하고 자리에 앉았어요. 그런데 현빈 씨와 오고가는 눈빛, 호흡이 좋았어요. 연기하면서 오랜만에 느낀 짜릿함이었죠. '말을 하지 않아도 뭔가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감독님도 흡족해했죠. 그 신 하나가 이창섭과 안중근의 전사를 다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둘의 우정도 보여주고 서로에 대한 단단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죠."
'하얼빈' 스틸. / 사진제공=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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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은 '하얼빈' 촬영 일정이 조정되면서 드라마 '구미호뎐1938' 촬영과 일부 겹쳐 고충이 있기도 했다. 그는 "'구미호뎐' 마지막과 '하얼빈' 첫 촬영이 물리게 됐다. '구미호뎐'을 찍다가 '하얼빈'을 하다가 다시 '구미호뎐1938'을 찍었다"고 얘기했다.
"'구미호뎐'에서 레드브라운 머리였는데 '하얼빈'에서는 까만 머리라 2주 사이에 염색만 3번 했어요. '구미호뎐'이라는 판타지 드라마를 하다가 '하얼빈'이라는 현실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점에서 좀 버거웠죠. '구미호뎐'은 '구미호뎐'대로, '하얼빈'은 '하얼빈'대로 온전히 잘하고 싶었는데, 거기서 온 부담감이 좀 있었어요. '구미호뎐'을 같이 찍을 땐 수염을 기를 수 없어서 '하얼빈' 촬영 때 수염을 좀 붙였는데, 수염이 가짜 티가 날까봐 걱정했죠. 나중에 '하얼빈'만 촬영하게 됐을 때는 한두 달 수염을 기르고 그 위에 조금 더 붙였어요. 아침마다 면도를 안 해도 되니 편했죠. 하하."
사진=텐아시아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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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은 지난달 24일 개봉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또한 누적 관객 360만 명을 돌파했다. 이동욱은 "작품이 잘 되는 게 저한테만 좋은 일은 아니다. 배우들, 감독님들, 스태프들, 제작자, 투자자 모두에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며 의미있는 작품의 흥행을 기뻐했다. 이동욱은 '하얼빈'을 통해 대중들에게 뜻깊은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선행으로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무안공항 참사 피해 지원을 위해 5000만 원을 기부금으로 내놓은 것. 그는 "좋은 마음으로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일부러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인 1월 4일에 했어요. 이 기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씩 희미해질 거 같아서요. 한 번 더 많은 분들이 리마인드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부했습니다. 제 작은 마음이예요. 저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기부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소식이 알려지고 많은 분들이 언급해준 것 같아서 쑥스러워요. 어쨌든 제 기부 소식을 통해 다른 분들에게도 한 번 더 그런 마음이 전해지고 또 다른 기부로 이어진다면 그 역시도 좋은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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