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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코로나땐 의사라도 많았지…독감 대유행, 병원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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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환자 입원 증가, 병실 포화…합병증 등 사망위험↑
정부 병상관리 나서도 의료진 부족…'쿼드데믹' 우려도

머니투데이

최근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5일 서울의 한 어린이병원을 찾은 어린이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겨울 맹추위에 호흡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호흡기 환자는 감염 예방을 위해 1인실 등 격리 입원을 해야 하는데, 환자 수가 너무 많은 데다 의료진 부족이 겹치면서 받아줄 병원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제때 치료받지 못해 폐렴, 심근염, 뇌염 등의 합병증으로 향후 사망률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질병관리청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2~28일(2024년 52주차) 국내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는 73.9명으로 3주 전인 49주차(7.3명)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 수치다. 호흡기 바이러스 검출률 역시 지난해 49주차 9.3%에서 50주차 15.2%, 51주차 29%, 52주차 50.9%로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러나 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은 물론 주요 합병증인 폐렴 환자마저도 갈 병원이 마땅치 않다. 감염 예방을 위해 환자를 격리해야 하는데, 역대급 유행에 거의 모든 병원이 '포화 상태'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SNS(소셜미디어)에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가 제일 먼저 유행했고 그다음 인플루엔자, 이제 메타뉴모바이러스까지"라며 "코로나19만 남았다. (호흡기 바이러스가 4개 동시 창궐하는) 쿼드리플데믹을 이루는 건 아닌지 외래 보기가 겁난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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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추이/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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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 주말인 4~5일 이틀 동안 감염내과, 호흡기내과에 독감과 관련해 고령 환자만 20명 넘게 입원했다. 65세 이상이나 어린이, 임신부, 폐 질환 및 심장질환 환자 등은 합병증 위험이 큰 '고위험군'인데 전체 환자가 늘어나면서 산소를 투여하는 등 별도의 처치를 해야 하는 중증 환자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이 교수는 "열나고 기침하는 환자의 70% 정도가 인플루엔자(독감)로 진단되는 듯하다"며 "1월 내내 지속할 것 같아 대학병원은 초긴장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도 병실 부족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빅5 병원을 비롯해 각 대학병원은 환자를 돌볼 전임의 수급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찮다. 지난해 전공의 90%가 병원을 떠나 전임의 자격을 갖춘 전문의 배출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미 사직 전공의 절반은 개원가 등에 취직한 상황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3~27일 응급실 내원 환자는 평일 평균 1만8437명으로 전주 대비 3300여명 증가했다. 이 중 41%가량은 독감 환자로 현재는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복지부는 야간이나 휴일 진료를 위해 115개 발열 클리닉을 지정·운영하는 한편 200개 내외의 코로나19 협력병원을 재가동하며 호흡기 감염병에 대비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응급실 환자의 배후 진료까지는 손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수도권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만성질환을 앓는 호흡기 감염병 환자의 전원을 위해 인근 2차 병원 등 30곳에 직접 전화한 사례가 알려질 만큼 긴박한 상황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가장 큰 차이는 진료할 의사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코로나19 때처럼 병상 관리에 나서도 큰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 진단했다.

이어 "독감은 초기 학령기 아동을 중심으로 창궐해 중장년층으로 확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면서 심뇌혈관질환 등으로 사망률이 급증한다"며 "미리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을 80% 이상으로 올리기 위한 홍보 등 노력을 했어야 맞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역사회에서 각 병원이 진료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버티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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