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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이슈 로봇이 온다

로봇이 빨래 개고, '하늘 나는 차'로 도쿄 왕복... 베일 벗은 도요타의 미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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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CES서 '우븐 시티' 진행상황 공개
첨단 기술 한데 구현... '살아 있는 실험실'
도요다 아키오 회장 "올가을 입주 시작"
한국일보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가 6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를 통해 공개한 미래형 도시 '우븐 시티'의 모습. 라스베이거스=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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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즈오카현의 '우븐 시티(Woven city)'. 후지산 기슭, 축구장 약 100개 면적(70만8,000㎡)에 건설된 이 도시에는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의 직원과 가족, 은퇴자, 학계·산업계 전문가 등 2,000여 명이 산다. 각종 인공지능(AI) 로봇, 탄소배출 제로 이동 수단들과 함께.

이곳에서는 무인기(드론) 로봇이 조깅하는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안전을 지켜 준다. 반려 로봇들은 노인들의 가족이자 친구가 된다. 거주자들은 집안일도 로봇의 도움을 받는다. 로봇은 카메라를 통해 사람이 빨래한 옷을 개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학습한 뒤 똑같이 따라 한다. 도시 안에서는 자율주행 차량을 타고 이동하며, 자율주행차가 사람 대신 택배 일을 도맡는다. 이른바 하늘을 나는 차,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도 오간다. 이를 이용하면 우븐 시티와 일본 수도 도쿄를 교통 체증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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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가 6일 공개한 '우븐 시티'에서 활용될 '옷 개는 로봇'의 시연 장면. 로봇은 카메라를 통해 사람이 옷을 개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학습한 뒤 똑같이 따라 한다. 도요타 생중계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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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풍경은 아니다. 도요타가 건설 중인 '우븐 시티'의 미래 모습이다. 도요타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미래형 도시 우븐 시티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이날 "도시 건설의 1단계를 최근 완료했다"며 "올가을 100명의 1차 입주자를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1월 CES에서 이 프로젝트를 대중에게 처음 공개한 지 정확히 5년 만이다.

"모든 종류의 새로운 제품, 여기서 나올 것"


장차 '총 2,000명 입주'를 목표로 하는 우븐 시티는 세 가지 유형의 도로를 분리한 뒤 격자 구조로 연결하는 형태로 지어졌는데, '직물처럼 짜낸다'(woven)는 데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①미래형 고속 차량 전용 도로 ②자전거·스쿠터 등 저속 개인 이동수단 전용 도로 ③보행자 전용 도로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도요타는 우븐 시티를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며 미래지향적 프로젝트를 테스트하는 '살아 있는 실험실(living laboratory)'로 묘사한다. 도요다 회장은 "우븐 시티는 단순히 생활하고, 일하고, 놀기 위한 장소 그 이상"이라며 "모든 종류의 새로운 제품과 아이디어를 발명하고 개발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제조사가 첨단 기술 테스트베드(Testbed·성능시험장)로 기능할 도시를 세우는 것 자체가 아예 새로운 일은 아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테슬라·스페이스X 직원들의 거주를 위한 기업 도시를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 중이다. 미국 테크전문매체 버지는 "그러나 도요타는 그 개념을 극적으로 확장했다"며 "도요타가 구상한 미래 도시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주민 감시, 데이터 수집에 대한 반발 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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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열린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의 미디어 행사에 참석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미래형 도시 '우븐 시티' 건설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도요다 회장은 도시 건설의 1단계를 최근 완료했다며 올가을 100명의 1차 입주자를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베이거스=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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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발전에 가려졌던 '일본의 진격'


전자·정보기술의 '원조 강자'인 일본 기업들은 그간 CES에서 첨단 기술을 앞세운 한국 기업들,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여 주는 중국 기업들에 가려 특별히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CES에서는 도요타를 시작으로 일본의 존재감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일본의 참가 기업은 100개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1,509개) 다음으로 많은 기업이 참여한 중국(1,340개)이나 한국(1,030개)에는 비하기 힘든 숫자다. 그러나 현장의 화제성만큼은 한·중 기업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전날 열린 취재진 대상 사전전시회인 CES '언베일드'에서도 최대 화제를 모은 제품은 일본 식품기업 기린홀딩스의 '전자 소금 스푼'이었다. 음식 속 짠맛을 보다 강하게 느끼도록 함으로써 염분 섭취를 줄여 주는 숟가락이다.

전기차 배터리 등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파나소닉홀딩스의 구스미 유키 CEO는 이번 CES 기조연설자 중 하나로 초청됐다. 이날 오후에는 소니도 라스베이거스 한 호텔에서 자체 콘퍼런스를 열고, 혼다와의 합작 회사(소니 혼다 모빌리티)의 첫 결과물인 차세대 전기차 아필라(AFEELA)의 첨단 기능을 소개할 예정이다. 아필라는 올해 사전 주문을 시작하고 내년 본격 출시가 예고돼 있다. 1956년 설립된 소니는 지난달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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