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털 함량이 한국소비자원의 기준치에 미달해 전량 회수 조처된 이랜드월드의 캐쥬얼 브랜드 ‘후아유’의 구스다운 점퍼. 이랜드몰 누리집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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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이랜드그룹의 캐쥬얼 브랜드 ‘후아유’가 패딩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 기재한 상품을 판매해 논란에 휩싸였다. 업계에선 2023년 말부터 중국산 오리·거위털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 납품업체의 비용 절감 ‘꼼수’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브랜드와 플랫폼의 관리 소홀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랜드월드가 자사 브랜드 후아유의 구스다운 점퍼(상품번호: WHJDE4V37U) 거위털 함량이 한국소비자원의 기준치(거위 솜털 75%)에 미달했다고 밝힌 건 지난 6일이다. 후아유는 그동안 미얀마에서 생산된 이 제품을 판매하며, 충전재의 거위 솜털 비중을 80%로 표기했다. 이랜드는 문제가 불거지자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100% 환불 조처 등을 약속했다. 조동주 이랜드월드 대표는 사과문을 내어 “해외 현지 파트너사의 품질 보증만을 신뢰하고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고 회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패딩 충전재 논란은 이랜드월드만의 일은 아니다. 앞서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라퍼지스토어’와 ‘인템포무드’ 등도 충전재 혼용률 허위 기재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무신사는 지난 3일 패딩과 코트류를 중심으로 소재 혼용률을 전수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무신사 스토어·29CM 등 회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다운 및 캐시미어 의류를 새로 판매하려는 브랜드는 코티티(KOTITI)시험연구원이나 카트리(KATRI)시험연구원 등 전문기관에서 발급받은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디자인 도용 의혹을 받는 라퍼지스토어는 퇴점 조처했고, 인템포무드 등에 대해선 5일간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의 원인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함께 판매업체의 허술한 품질 관리 체제에 있다고 본다. 중국산 거위털 충전재(솜털 80%·깃털 20%) 가격은 지난 2023년 말 킬로그램(kg)당 7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는데, 지난해 8월엔 120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한 국내 다운 공급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해 중국산 구스다운 가격이 전년 대비 3배가량 오르자 품질에 문제가 있는 다운을 공급받은 (의류 생산) 업체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매출 5조원대인 이랜드월드처럼 대기업인 경우 원자재까지 확인해 제품 생산을 협력업체에 발주하는 만큼 회사의 품질 관리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생산된 제품을 본사 품질관리팀이 최종 확인해 도장을 찍는데, ‘파트너사의 품질 보증만 신뢰했다’는 건 본사가 품질 검사를 안 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제조사든 플랫폼이든 자사 이름을 걸고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했을 땐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며 “혼용률 허위 기재로 문제가 된 사업자들이 자율 규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엄격한 책임을 지울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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