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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관타나모 수감자 11명 오만으로…이제 15명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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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3년 1월 미국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관타나모 수감자 복장을 한 사람들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주황색 죄수복과 머리에 씌운 복면은 관타나모 수감자들에 대해 행해진 인권유린의 상징으로 통용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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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구금 및 가혹행위로 악명 높은 미국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11명이 오만으로 이송됐다. 미국의 치부로 불리는 관타나모에 남아있는 수감자는 이제 15명이다.



뉴욕타임스와 엔피알(NPR) 등은 6일(현지시각) 예멘 국적의 관타나모 수감자 11명을 오만으로 이송하는 비밀작전이 이날 새벽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송된 11명 가운데 20년에 달하는 수감 기간 동안 기소되거나 재판을 받은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여기에는 지난 2021년 12월 이미 이송 결정이 났던 모아트 알위도 포함됐다. 그는 관타나모에서의 처우에 반발해 오랜 기간 단식을 했고 감옥 안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로 배 모형을 만든 ‘감옥 예술가’로 이름을 알렸다. 2002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붙잡힌 무함마드 라바니를 포함한 이들 대부분 2021년 이전 이송 결정이 났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11명 모두 예멘 국적자이지만 이들이 예멘이 아닌 오만으로 보내진 건 미국법상 예멘은 이들에 대한 감시와 재활을 하기엔 불안정한 환경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2015~2017년 서른명의 관타나모 수감자를 오만으로 이송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 가운데 오만의 수용 시설에서 숨진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예멘과 아프가니스탄으로 귀국했다고 익명의 미 국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제3국에서 일정 기간 ‘재활’을 거치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거주와 교육, 재활 및 이들을 감시할 수 있는 비용까지 미국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 국방부가 오만에 얼마를 제공했는지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만으로 옮겨진 11명은 2023년 10월 관타나모를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이들은 이송할 미군 수송기와 보안팀까지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 의회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들은 다시 1년 넘게 관타나모에 갇혀 있었다. 현재 관타나모에 남아 있는 15명 가운데 3명에 대해서도 이송 결정이 났으나 아직 이들을 받을 국가를 찾지 못했다는 게 미 국무부 설명이다.



한겨레

쿠바에 있는 미 해군기지에 세워진 관타나모 수용소의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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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안에 세워진 관타나모 수용소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2001년 9·11 테러 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체포한 ‘테러 용의자’들을 고문하고 재판없이 장기 구금해 논란을 빚은 시설이다.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붙잡은 20명을 첫 수감자로 시작해 780여명이 관타나모를 거쳐갔다. 수감자가 가장 많았던 2003년에는 660명이 관타나모에 갇혀 있었다. 관타나모의 인권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졌으나 미 정부는 수감자들을 ‘적 전투원’으로 분류하고 국제 협약에 따른 포도 대우도 거부했다. 이 시설에서 숨진 수감자 9명 가운데 6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년 안에 관타나모를 폐쇄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의회에 막혀 실현하지 못했다. 대신 당시 200명에 달하던 수감자들을 아프가니스탄, 알제리, 케냐, 말레이시아, 모로코, 파키스탄, 튀니지 등으로 이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1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관타나모를 부활하겠다며 오바마의 행정명령을 뒤집었다. 트럼프가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이송을 담당하는 부서를 해체하기 전인 2017년까지 137명의 관타나모 수감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극단주의자 재활을 위하 재통합센터로 보내졌고 이들 대부분은 사회로 복귀했다.



퇴임을 2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취한 이번 조처로 관타나모는 설립 이래 가장 적은 인원을 수용하게 됐다. 하지만 바이든 역시 관타나모를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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