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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국민의힘=전광훈당?’···대통령 방탄에 굳어지는 ‘극우당’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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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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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7일에도 윤석열 대통령 방탄 행보를 이어갔다. 여당 의원들의 대통령 관저 집결을 두고 당내 일부에선 “전광훈과 자매결연 하나” 등 비판이 나오고 있다. 거대 양당의 한 축이 윤 대통령 비호를 위해 극우 집단과 밀착해 나가면서 보수 정치의 우경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국민의힘의 방탄 행보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당 지도부 회의와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수사를 막아선다. 일부 의원들은 극우 성향인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 현장을 찾아 격려하며 ‘함께 싸우겠다’고 공표하고 있다.

전 목사와 그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은 계엄을 정당화하고 ‘총선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함께 ‘극 우향우’로 가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 목사는 전날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연 기자회견에서도 “북한과 중국의 해킹부대가 윤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선거를 좌우했다”며 부정선거론을 폈다. 윤 대통령이 이때문에 비상계엄을 했다며 계엄을 정당화했다.

전 목사 주도 한남동 집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발언도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연일 집회 현장을 찾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것이야말로 사실상 내란”이라며 “공수처가 체포를 또다시 시도하면 저들을 체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종득 의원은 지난 4일 집회에서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체포 영장을 우리가 힘으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전 의원은 지난 5일 ‘중국인들이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SNS에 공유했다가 삭제했다.

한남동 집회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 데 묶여 인식될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전날 국민의힘 의원 44명은 체포영장 집행에 대비해 대거 관저 앞에 집결했다. 향후 체포영장 집행일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전 목사 주도 한남동 집회 참가자들이 모두 관저 앞에 모일 경우 ‘공동 대응’으로 비칠 수 있다.

당 지도부는 집회 참석과 관저 집결 모두 ‘당 차원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공수처 압박 강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를 겨냥해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이 받은) 짝퉁 영장을 들고 집행을 지휘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사건 일체를 경찰에 이관하라고 요구했다.

당내에서도 ‘극우당’ 이미지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전광훈 목사가 하는 당하고 합당이나 자매결연을 하냐,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국민으로부터)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윤희석 전 대변인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당원들이) 전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에 거의 당을 갖다 바치는 거냐는 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전 목사의 계엄 정당화와 부정선거 주장을 언급하면서 “한남동에 몰려간 40명이 그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이자 거대 양당의 한 축인 국민의힘의 우경화는 결국 보수 진영 내 강경 목소리만 높아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민주당과 각을 세우는 좁은 길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자꾸 오른쪽으로 스스로가 스스로를 떠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당이 지지자를 바라보는 건 당연하긴 하지만, 중도에 가까운 사람이 떨어져나가면 강성 지지층의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여당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하는 마음으로 반보수인 윤석열과 절연하면서 우리 보수의 갈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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