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증권부 |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늘 쏜살같이 흐르던 마지막 달을 몇 곱절의 시간으로 느끼게 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한달이 더 지났지만 바뀐 건 없다. 이곳저곳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란 모호한 단어를 쓰지만, 결국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나와야 한다.
미국 국무장관도 우려하는 비상계엄 조치의 그림자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이 사태는 매듭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후 내란죄 등을 다룰 수사와 형사 재판은 정치 혹은 사법의 영역이라고 해도, 적어도 경제의 측면에선 이 절차라도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 국가 신인도를 회복하는 첫 단추다.
정치는 정치 외에 영향을 미칠 때 비로소 존재의 이유를 득한다. 하지만 두 대통령 권한대행은 사실상 정치적 이해관계만 챙겼다. 경제적 이해는 안중에 없었다. 말로는 경제를 외쳤으나 행동은 달랐다.
헌법재판소는 줄곧 구성원의 조속한 완성을 요구했지만 한덕수 총리는 고민하는 듯하다 결국 '제한적 권한'을 이유로 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 바통을 이어받아 머뭇대던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임명을 결정했지만 3명 중 2명뿐이었다.
문제는 그사이 한국 경제가 눈에 띌 정도로 금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결정권자들이 미래 자신의 안위 혹은 정치권 목소리에만 신경 쓰며 침묵하고 망설이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원화 가치 폭락을 동반하며 치솟고 있다. 1500원을 넘어 1600원도 걱정해야 할 실정이다.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머리를 싸매고, 어디선가 원화 환전을 거부한단 소식도 들려온다.
불신의 대상이었던 국내 증시는 조롱의 타깃이 됐다. 계엄 전날 2454.48이었던 코스피지수는 꼭 한달 만인 이달 2일 2398.94로 떨어졌다. 그러나 시가총액이 실시간 증발하는 동안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금융당국이 힘을 잔뜩 실었던 '밸류업'은 자취를 감췄고, 그나마 머물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도 혀를 끌끌 차고 있다.
이러다 자칫 3대 국제 신용평가사(S&P·무디스·피치) 중 한 곳이라도, 혹은 이들이 연달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리면 그야말로 낭패다. 돌이키기까지 지난한 세월이 걸린다. 생살이 화상을 입듯 국가의 성질 자체가 변하게 되는 것으로,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면 막대한 자본과 희생이라는 약을 들이부어야 한다. 정치적 셈법이 아니라 경제적 결단을 해야 할 때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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