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놓고 남녀·세대 ‘오겜’
통합 외쳐도 공허한 외침그쳐
“경제 좋아지고 고용 늘어나면
갈등 줄일 긍정에너지 확산”
개인에 필요한건 관용과 포용
“우리의 차이, 틀림 아닌 다름”
양극단 대신할 완충지대 시급
대화·토론 통해 절충점 모색
통합 외쳐도 공허한 외침그쳐
“경제 좋아지고 고용 늘어나면
갈등 줄일 긍정에너지 확산”
개인에 필요한건 관용과 포용
“우리의 차이, 틀림 아닌 다름”
양극단 대신할 완충지대 시급
대화·토론 통해 절충점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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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혐오’의 수렁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이 다시 통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가. 이 질문에 대해 시민들은 ‘틀림이 아닌 다름에 대한 이해’와 ‘경제·일자리’ ‘협치’ 등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일부에서는 ‘개헌’ 등을 통한 정치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매일경제가 사회 갈등을 위한 해법을 듣기 위해 만난 시민 100명은 사회 갈등을 제도권 안에서 풀어내려면 가장 먼저 국회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갈등 해결과 조정이 곧 정치의 역할인 만큼 대립과 갈등으로 찌들어 있는 국회가 앞으로는 소통과 융합의 국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만 부추기는 현 정치권이 당리당략 추구 현상을 버리고 국익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현 정치권에 기대할 것이 없으니 투표를 통해 기성 정치인들을 아예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박상현 씨(46)는 “정치권 각 진영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극단적인 주장을 국민에게 설파하는 행위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자기 이익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정치가가 늘어나면 통합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유한진 씨(53)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정치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상황이고 이는 결국 국민의 몫”이라며 “국민 각자가 공부하고 깨어 있으면 정치의 세대교체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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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갈등과 대립을 줄여 나가기 위해서는 경제 활성화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올해 대한민국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인해 관세 인상 등 수출 여건이 악화될 전망이고 소비 위축, 가계부채 부담 등에 내수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과 극심한 여야 갈등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성장 모멘텀이 위축될 수 있고 경제성장률은 1% 중후반에 그칠 것이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손미경 씨(61)는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경제가 좋아지면 갈등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하고 그러면 활력 있고 더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이진숙 씨(가명·53)는 “일거리가 많지 않고 안정적이지 못한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불만이 세대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아진다면 사회 갈등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55)는 “기업들이 더 힘껏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제도 좋아지면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상대방과의 입장 차를 이해하고 ‘톨레랑스(La Tolerance·관용)’를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인종, 종교, 성, 세대 등 다양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혐오의 감정으로 가득 찬 비수를 쏟아내고 있는 암울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취업준비생 김도현 씨(25)는 “아는 것이라고 해도 함부로 말하지 말고 침묵하는 ‘톨레랑스’를 통해 건전한 토론의 장이 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꽃집을 운영하는 지광식 씨(67)도 “서로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이념이 다를 수 있다”면서 “그래도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를 용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자원봉사자가 여객기 착륙 사고 유가족에게 구호 물품을 나눠주며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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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이 사회 갈등 상황에서 가슴속 한쪽에 쌓아온 응어리를 표출하기도 했다.
대학생 박세희 씨(24)는 “기성세대인 아버지와 대화하면서 가부장적인 발언을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미운 감정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아빠가 자라온 시대와 배경을 이해하게 되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하는 유정아 씨(38)는 “1960년대생 이상 상사들의 이념과 생각을 그대로 따르기 힘들다”면서 “특히 부하직원의 성별에 따른 차별적 대우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극단적 이분법이 아니라 회색지대를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공기업에 재직 중인 김하현 씨(29)는 “정치적 의견이라는 게 딱 두 가지로 나뉘어질 수 없는데, 대한민국은 진보·보수로 딱 나뉘어 있는 게 문제”라며 “극단적인 진영 다툼을 중재할 수 있는 중도 역할이 더 커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는 등 개헌을 통한 정치제도 개편 필요성도 나온다.
전직 언론인인 이 모씨(65)는 “제왕적 대통령제 중심의 헌법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국기 문란과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극단적 사고 전파를 막기 위한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종사하는 김 모씨(40) 역시 “사회 갈등 해결을 위한 제도·정책은 결국 정치권에서 만들어져야 하므로, 정치제도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사회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헌을 모색해볼 시점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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