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형 전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1차 베이비부머에 이어 이제 2차 베이비부머마저 본격적인 은퇴행렬에 들어섰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항아리형, 아니 점차 역피라미드형의 인구구조와 급속한 노령화 문제가 비상한 현안으로 대두했다. 고령층의 소득과 자산개선, 그리고 양호한 건강을 기반으로 욜드족, 액티브시니어, 신중년 등 21세기 새로운 트렌드의 주축으로 각광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거노인 급증, 가족이나 지역사회 공동체 퇴조, 양극화 심화와 복지비용 급증 등 노령화의 짙은 그늘도 병존한 모습이다.
우리만의 걱정은 아닌 듯하다. 특히 새해 벽두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과격한 진단을 내린다. 즉 "과거에는 혁명적이고 무모한 청년들이 정치인들을 걱정시켰다"면 "요즘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공공서비스에 부담을 주고 국가정치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며 사회문제의 점점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 따라서 이코노미스트는 베이비부머, 또 일부 X세대까지 아우르는 55~74세 젊은 고령층을 '늙은 반역자'로 표현하며 이들이 이제 '새로운 문제세대'가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주로 미국 등 서구의 사례지만 여기서는 먼저 신고령층의 술과 마약, 섹스에 대한 탐닉에 주목한다. 이런 행태가 '놀랍도록 조용해 보이는 그들 자녀의 행동과 현저히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다른 글에서 영국의 나이트클럽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매개로 청년들이 점차 술과 클럽, 마약 등의 재미(fun), 혹은 과잉(excess)을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 본래 청년층의 과잉이 증가하면 사회적 쇠퇴의 상징으로 여기는데 지금은 정반대로 '그 부모세대의 과잉이 문제'라는 것. 하지만 정작 이들 고령층이 망가지는 모습을 걱정하는 사람이나 이를 겨냥한 정책은 드물다.
물론 신고령층은 대체로 과거보다 부유하며 건강도 양호하다. 동시에 저출산 추세로 인해 자녀, 손주들에 대한 책임도 덜하다. 따라서 나이 들어서도 재미, 혹은 과잉을 추구할 경제적, 신체적, 시간적 여유가 많은 셈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나 공감의 기회, 나아가 그들로부터 돌봄지원을 받을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아울러 대부분 (지정학적으로는 덜하지만)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파란만장한 격동기를 몸소 겪어온 탓에 자긍심, 다시 말해 고집도 강하다. 그래서 약물중독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젊은이들은 정보나 조언을 구하지만 고령층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더욱 곤혹스러운 점은 '어떤 면에서는 고령층이 정치적 폭력에 더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영국의 반이민 폭동이나 2021년 초 미국의 의회점거 사태에 참여한 상당수가 고령층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부정의와 일자리 상실, 양극화에 맞선 청년들의 분노가 이제는 고령층으로 옮겨간 것일까. 혹은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먹고살기 바쁜 청년들을 대신해 신중년세대가 자신의 자긍심을 되찾기 위해 다시 제목소리를 내는 걸까. 혹한의 날씨에도 대부분 어르신으로 가득 찬 우리의 태극기부대가 그저 안타깝다. 정치적 마타도어보다 연륜의 지혜를 기대하고 싶다.
장보형 전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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