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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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은 새해 들어 일주일 동안 네 차례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찾았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 44명이 관저 앞에 달려간 6일에는 윤 의원 홀로 관저 안으로 들어가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그는 중앙일보에 “대통령은 건강에 문제 없다. 의연하게 계신다. 관저 안에 머물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근황도 전했다. 윤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3일에도 윤 대통령을 만나 “대한민국 사법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는 전언을 공개했다.
최근 윤 의원의 행보는 여러모로 튄다는 평가를 받는다. 6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의원들의 얼굴을 보고싶어 한다”며 관저 앞에 모인 44명의 의원에게 윤 대통령과의 식사를 권했을 때 의원들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개인을 지키는 모습으로 비치는 게 부적절하다”(국민의힘 관계자)는 판단에 따른 거절이었다.
이처럼 조심스러운 다른 의원들과 달리 윤 의원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거침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관저 앞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들에게 “여러분들께서 대통령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이 모습에 무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고, 3일엔 “공수처장과 체포영장 발부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파 사법 카르텔”, “종북 주사파 카르텔” 등 표현도 거칠다. 지난달 28일과 4일엔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도 참석했다.
윤 의원의 행보를 놓고 당에선 “놀라운 변신”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수도권 중진인 윤 의원은 그간 극단적 주장과는 거리를 두며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공략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도 “이 당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경상도 의원들이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6일 ‘관저 서신’이란 제목의 페이스북 글에서 “중도실용주의자이자 비윤을 자처해 온 제가 비상계엄을 계기로 친윤으로 변신했다는 세간의 지적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재명 대표가 장악한 민주당은 국가체제를 흔들어야 했고 서서히 대한민국 가치와 근간을 붕괴시켰다”며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곤 “저는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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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봤을 때도 설명이 필요한 그의 급변침의 이유에 대해 여권에선 여러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당권 확보를 위한 지지층 넓히기”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태극기 부대의 열기를 경험하고 나면 이를 쉽게 저버리기 힘들 것”이라며 “10~15% 정도인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면 향후 정치적 행보에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봤다. 다른 의원도 “영남에 지역적 기반이 없는 윤 의원이 강성 당원으로 지지 기반을 넓혀야 뭐라도 해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고 했다.
윤 의원이 조기 대선에 대비해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르려 한다”(윤희석 전 대변인)는 시각도 있다. 비윤계 의원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강성 주장을 하며 치고 나오는 걸 보라”며 “윤 의원 목표가 대권이라면 더욱 더 야당과 각을 세우며 태극기 세력을 결집시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윤 의원은 운명 공동체”란 관측도 나온다.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이고,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윤 의원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두 사람은 살면 함께 살고, 죽으면 함께 죽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차기 총선까지 3년 3개월이나 남은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도 태극기 집회에 나가 “탄핵 기각”을 주장했고, 3년 뒤 치러진 총선에서 당선했다. 윤 의원은 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달 8일 유튜브 방송에서 김재섭 의원에게 자신이 조언한 걸 거론하며 “나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해서 욕 많이 먹었지만, 1년 후에는 다 ‘윤상현 의리 있다’며 무소속으로 가도 다 찍어줬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윤 의원이 조언했던 김재섭 의원은 6일 라디오에서 “윤 의원은 관저로 들어가기도 했다”며 “저렇게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좀 안타깝고 짠하다“고 꼬집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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