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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앵커칼럼 오늘] 계엄의 바다에 투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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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달이 나를 인도하네. 아이 야 야 야이…내 사랑…"

기타 케이스에 총을 넣고 다니는 악사 '마리아치'에게 내일은 없습니다.

"기타 연주보다 방아쇠 당기는 게 쉽고, 창조보다 파괴가 쉽지."

이글스의 명곡도, 무모하게 내달리는 인간을 노래합니다.

"데스퍼라도, 당신은 왜 정신을 차리지 않나요?"

스페인어(desesperado 절망적인)에서 유래한 영어 '데스퍼라도(desperado)', 구제 불능 무법자를 가리킵니다. 세상과 담을 쌓고 스스로를 가둬 밤낮을 분간하지 못합니다.

"당신이 둘러친 울타리에서 내려와, 마음의 문을 열어요."

새해 들어 국민의힘이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첫 체포 영장 시한 마지막 날 새벽, 마흔 명 넘는 의원들이 대통령 관저 앞을 지켰습니다. 중진, 친윤, 영남권 의원들입니다. 이들은 "영장이 불법적으로 발부됐다"며 집행을 막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애국 시민'으로 받든 시위대의 일원을 자처한 겁니다.

지난 주말(4일)엔 친윤 열두 명이 한남동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보수단체가 주최한 연단에 올라 '탄핵 의결 무효'를 외쳤습니다. 8년 전 태극기를 두르고 비슷한 집회에 나갔던 여당 사람들 생각이 납니다. 재작년 이들과 절연한다며 부산하더니, 도로 주최자의 손바닥 위로 올라간겁니다.

관저 앞을 지킨 의원들만 해도 의원 열에 네 명꼴입니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자발적 개별 행동"이라며 못 본 체합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오르자 거기 올라타겠다는 걸까요. 여당 강세 지역에서 눈 밖에만 안 나면 다음 금배지, 따 논 당상이라는 계산일까요.

'탄핵의 강'을 피하려다 '계엄의 바다'에 풍덩 빠지는 격 입니다. 보수 정당이, 섬 같은 일개 지역당으로 전락하건 말건 나만 살면 된다는 건가요. 섬의 영주가 탐나 주인 돈키호테의 망상을 거드는 시종 산초처럼 말입니다.

1월 8일 앵커칼럼 오늘 '계엄의 바다에 투신하다'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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