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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기고]고래의 노래를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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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21 /사진=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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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양생물학자 로저 페인은 1971년 8월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혹등고래의 노래'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고래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데 개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종이 공유하는 뚜렷한 패턴이 있다는 내용이다. 로저 페인은 이 소리를 '노래'로 명명했다. 그는 혹등고래가 내는 소리를 논문과 같은 제목의 음반으로도 소개했다. 음반과 논문 모두 반향이 컸다. 음반은 발매 직후 10만장 이상 팔렸고, '빌보드 200' 차트에도 진입했다. 상업적인 고래잡이를 금지한 1982년 국제포경위원회의 결정이 있기까지, '혹등고래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인들이 큰 역할을 했다.

모처럼 극장에서 고래의 노래를 듣게 됐다. 서울시교육청 직원들과 함께 '고래와 나'라는 다큐멘터리를 관람했다. 고래가 노래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스크린에 가득 아름답게 펼쳐졌다. 벨루가는 몸이 온통 흰색인 고래인데, '바다의 카나리아'라고 불린다. 고래 가운데서도 특히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벨루가에게 요즘 새로운 천적이 생겼다. 기후 변화로 먹이가 줄어 굶주린 북극곰이 바다로 뛰어들어 벨루가를 사냥한다. '고래와 나'에 따르면 예전에는 관찰되지 않았던 현상이라고 한다. 먹이사슬 변화는 생태계에서 연쇄 작용을 부른다. 그 끝은 아직 알 수 없다. 그런데 찬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가 북극곰의 습격을 피한다 해도 더 큰 위협은 막기 어렵다. 바로 인간의 위협이다.

보리고래 한 마리가 지난해 전북 부안 해변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국립수산과학연구원 고래연구소 연구원들이 부검을 했는데 고래의 내장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커피 컵 뚜껑이 발견됐다. 다른 사인은 없었다. 고래는 커다란 입으로 한꺼번에 바닷물을 빨아들여 그 안의 먹잇감을 소화한다. 그때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린 고래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한 청년 어부의 내부 고발도 담겼다. 그는 바다를 동경해서 참치잡이 배 선원이 됐다. 배에서 그물을 던지면, 고래가 함께 걸릴 때가 있다. 그물을 풀면 참치도 함께 놓치므로, 그냥 끌어올린다. 고래는 결국 질식사한다. 어선에선 망가진 그물을 비롯한 해양 쓰레기를 바다에 그냥 버리는 일도 흔하다. 이 쓰레기는 다시 고래를 비롯한 바다 생명체를 위협한다. 이 같은 장면이 카메라에 생생하게 잡혔다.

노래는 마음을 잇는 힘이 있다. 가사를 이해할 수 없는 노래가 마음을 울릴 때가 있다. 피부색이 다른 이들이 함께 노래하며 하나가 된다. 고래의 노래는 종의 경계를 넘어 우리 마음을 울린다. 한번 마음이 이어지면 고래의 상처에 함께 아파하게 된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전환은 다른 생명체의 아픔에 공감하는 데서 시작된다. 서울교육공동체가 함께 고래의 노래를 듣고,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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