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9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환자가족까지 주기적 검사... '유전성 대동맥질환' 돌연사 막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신의열전(信醫列傳)-이해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

대동맥 유전성질환 치료…치명적 응급 상황 미리 막아

흉부외과 의사가 의학유전 학술활동…특별한 케이스

"환자가 보통 사람과 똑같이 행복한 삶 살 수 있게끔 도와"

<편집자 주> 의정갈등 속 필수의료 분야에서의 의료공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묵묵히 의료 현장을 지키며 중증 및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의술에 땀 흘리는 대한민국 의사들을 조명하고자 ‘신의열전(信醫列傳)’을 연재합니다.
이데일리

이해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사진=이대서울병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대동맥질환은 증상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대동맥박리증 또는 대동맥파열로 급사하는 경우가 많았던 질환이다. 특히 유전성 대동맥질환은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해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이러한 유전성 대동맥질환을 치료해 응급 상황을 방지하고, 환자와 환자 가족이 행복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고민하고 공감하는 의사다.

환자 가족까지 돌보는 흉부외과 의사…전공 외 학술활동 ‘활발’

이해 교수가 치료하는 유전성 대동맥질환은 말판증후군을 포함, 90여개의 유전 인자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지금도 유전 인자는 새롭게 추가되고 있다. 1890년대 말판이라는 의사에 의해 보고된 말판증후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000년대 이후 발견됐다. 이해 교수는 “2000년대 이후로 발전한 분자유전학적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Next-Generation Sequencing)’이 등장했고, 유전성 질환의 진단이 정교해지고 신속해졌다”며 “희귀질환에 대한 유전체 분석이 쉬워지면서 말판증후군을 제외한 다른 유전성 대동맥질환의 진단도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전성 질환은 평생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늘 당장 증상이 발현될 수 있다. 때문에 주기적 체크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동맥 박리가 생기면 사망률이 50%가 넘는다. 이러한 초응급 상황에서 수술하는 것보다 주기적인 CT 촬영으로 징후가 보이는 시점에 수술을 진행하면 생존율이 급격히 올라간다.

이 때문에 이해 교수는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까지 진료를 확대한다. 환자 자녀에게 관련 유전자가 있는지 알아내고, 그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CT 촬영으로 미리 응급 상황 이전에 수술 일정을 잡아 예방적 수술을 진행한다. 그 사이 이 교수는 주기적으로 환자를 상담한다.

이러다 보니 이 교수는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살릴 가능성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한다. 흉부외과 교수임에도 대한의학유전학회에 유일하게 등록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관리하면 평균 기대 수명과 차이 없어…환자 선택 돕기 위해 최선

그런 그에게 있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바로 ‘유전성 질환 환자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다. 그는 “사실 유전자 검사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양가적인 감정”이라고 했다.

유전성 질환은 발현 시기와 속도를 특정하기 어렵다. 증상이 발현되지 않아 모르고 평생을 살 수도 있다. 물론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이미 조치하기엔 늦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유전성 질환을 미리 알려줬을 때 환자 혹은 환자 가족이 심적인 타격을 받기도 한다. 그는 “환자가 진단받고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과학기술이 발달해 너무 많이 알아버려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돼 고민에 빠진다”고 토로했다.

이런 고민 끝에 그는 최대한 자세하게 유전자 검사부터 증상, 삶의 방향성, 사망률과 예방 가능성 등 모든 것들을 환자에게 알려주고 환자 스스로 결정을 도와주도록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과 가끔 환자 혹은 환자 가족이 검사를 거부해도 환자를 위한 길이기에 크게 후회하진 않는다.

이데일리

이해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사진=이대서울병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전성 대동맥질환은 더이상 갑자기 찾아오는 치명적 질환이 아니다. 그는 “보통 사람과 똑같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말판증후군 환자는 예전보다 수술 기법이 좋아져 조치 받으면 일반 인구 집단과 똑같은 수명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일부 유전성 대동맥질환은 특정 의료기술을 적용하면 유전 인자를 물려줄 걱정 없이 다른 사람과 똑같이 2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는 “어떤 환자는 결혼을 안 하고 결혼한 환자는 자녀를 안 갖겠다 하는데 너무 슬픈 얘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유전성 대동맥질환은 산정 특례 적용 대상인만큼 경제적 부담없이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산정 특례는 희귀질환자로 확진된 환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하면 환자 본인부담률이 10%로 경감되는 제도다. 그는 “유전성 대동맥질환을 진단받고도 희귀질환이라는 점을 잘 몰라 산정 특례 적용을 받지 못하는 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와 의료진이 조금만 더 유전성 대동맥질환에 관심을 둔다면 환자 부담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 이대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연세대 의과대학 흉부외과 강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흉부외과 임상연구조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흉부외과 임상조교수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